끝내 고향 못 밟은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들…위령제마저 중단키로

  • 日 주지 은퇴·운영 부담에 내년부터 중단

  • 유해 131위 여전히 日에…前 주지 "고국 못 보내 원통"

고향앞에서 멈춘 징용 희생자 귀국길 사진연합뉴스
고향앞에서 멈춘 징용 희생자 귀국길 [사진=연합뉴스]

해방 직후 일본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다 선박 침몰 사고로 숨진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사찰이 30년 가까이 이어온 위령제가 내년부터 중단된다. 희생자들의 유해는 여전히 일본에 남아 있는 가운데, 위령제 중단으로 향후 봉환 추진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나가사키현의 덴토쿠지(天德寺)와 한국 경주의 수곡사(水谷寺)는 1998년부터 매년 가을 번갈아 개최해 온 위령제를 내년부터 열지 않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덴토쿠지의 니시타니 도쿠도(77) 전 주지가 지난 5월 은퇴한 것이 계기가 됐다. 새 주지가 행사 준비에 따른 행정적·재정적 부담 등을 이유로 양국 사찰이 번갈아 위령제를 여는 방식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찰이 추모해 온 이들은 1945년 10월 11일 일본에서 조선으로 돌아오다 귀국선 침몰 사고로 숨진 강제동원 노동자들이다. 당시 귀국선은 한반도에서 약 80㎞ 떨어진 일본 이키섬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해방 이후 고향으로 향하던 이들은 끝내 조선 땅을 밟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사고 이후 바다에서 수습된 유해는 이키섬에 매장됐다. 이후 시민단체의 조사로 발견된 유해는 히로시마와 사이타마현 등의 사찰을 거쳐 일본 후생노동성의 보관시설로 옮겨졌다. 2018년에는 이 가운데 유해 131위가 덴토쿠지에 안치됐다. 우선 한국과 가까운 곳에 유해를 모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자는 취지였다.

사찰과 한일 시민단체들은 양국 정부에 희생자들의 유해를 한국으로 봉환할 것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니시타니 전 주지는 아사히신문에 "은퇴할 때까지 유해를 한국에 반환하지 못한 것이 원통하다"고 말했다. 주지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유해 봉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 후생노동성에 유해를 돌려주겠다는 뜻까지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강제징용 한국인 유해 131위 추도식 사진연합뉴스
강제징용 한국인 유해 131위 추도식 [사진=연합뉴스]

한국 수곡사 측이 유해를 안치할 장소까지 마련했다고 일본 정부에 알렸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니시타니 전 주지는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한국 정부와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취지의 답변만 받았다고 밝혔다.

위령제가 중단되면서 유해 봉환을 요구하는 움직임마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니시타니 전 주지는 "정부에 유해 반환을 요구하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다"며, 한국과의 교류를 이어가면서 일본 정부에 봉환을 계속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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