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중단과 ‘5·24 조치’로 장기간 사업이 중단된 남북경제협력 기업인들이 정부에 남은 투자 손실과 관련 대출 문제를 일괄 정리하는 ‘완전 청산’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남북경협단체장연합회는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기자실에서 ‘남북경협기업 손실 보상 청산 호소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최요식 연합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내륙 기업은 16년, 금강산 기업은 18년째 사람도 오가지 못한 채 투자시설을 방치하고 있다”며 “경협 재개를 전제로 한 2018년의 정책적 판단이 이제는 상황 변화에 따라 청산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중단됐다.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독자적 대북 제재로 5·24 조치를 시행해 남북 교역과 대북 신규투자,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등을 제한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 내륙에서 교역·투자 사업을 벌이던 기업들의 활동도 사실상 중단됐다.
당시 정부는 앞서 이들 기업에 세 차례 특별대출을 실시한 데 이어 2018년 금강산관광 중단과 5·24 조치로 피해를 본 경협기업에 처음으로 직접적인 피해 지원을 했다. 당시 피해실태조사 등을 거쳐 금강산 관광 관련 기업 40곳과 남북교역기업 40곳, 시설투자 경협기업 15곳 등 총 95개사를 대상으로 남북협력기금 1228억4500만원 범위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원·부자재와 완제품 등 유동자산에는 피해액의 90%를 업체당 최대 70억원까지 지원했다. 투자자산에는 과거 경협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적용했던 지원 기준을 준용했다.
이에 따라 금강산과 북한 내륙에 시설 등을 투자한 기업들은 핵심 피해인 투자자산에 대해 확인된 피해액의 45%만 지원받았다. 투자 규모가 큰 기업은 업체당 35억원이라는 상한으로 인해 실제 투자액 대비 지원 비율이 더욱 낮아졌다는 게 연합회 측 주장이다.
연합회는 일부 기업이 경협보험이 도입된 2004년 이전부터 사업에 투자한 데다, 보험 도입 이후에도 북한 측 인허가·확인서류 등을 갖추기 어려워 사실상 가입이 제약됐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이들을 경협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개성공단 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지원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남북경협 재개 가능성이 희박해진 만큼 남은 투자비와 관련 채무 등을 완전히 정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투자자산은 증빙 부족과 감가상각, 업체당 지원 한도 등으로 인정액 자체가 크게 줄어 실제 투자 원금 대비 보전율은 평균 10% 안팎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남북 경협 중단 당시 약 1050곳이었던 관련 기업 가운데 현재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은 385곳이다. 이 가운데 기존 지원으로 투자비를 충분히 보전받지 못해 추가 정리를 요구하는 금강산·내륙 투자기업은 약 50~60곳이다. 연합회는 남은 투자비용을 정리하기 위한 재원을 4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협보험 기준에 따라 투자손실의 90%를 업체당 최대 70억원까지 보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합회의 설명이다.
연합회는 당시 기업들이 경협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 지원안을 받아들였지만, 남북관계가 장기간 단절되고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면서 사업 재개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몇 차례에 걸쳐 운영경비나 위로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끝낼 수 없다”며 “이번에는 남아 있는 문제를 한꺼번에 정리해 기업인들이 더 이상 정부를 상대로 지원을 요구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기업인들의 고령화와 생활고도 더 이상 시간을 미룰 수 없는 이유로 들었다. 이들은 “이미 6명의 남북경협인이 생활고와 병마로 세상을 떠났다”며 “남은 기업인들도 일흔을 넘어 팔순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희망고문을 끝내고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통일부는 기업인들의 어려움에는 공감하지만 추가 지원에는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경협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어려움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만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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