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담배 '메비우스(옛 마일드세븐)' 제조사인 일본 담배기업 JT의 러시아 제조법인 4곳을 러시아 기업의 임시 관리 아래 두도록 명령했다. 회사의 주인은 그대로 JT인데,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러시아 기업이 되는 셈이다. 러시아 사업은 JT그룹 조정 영업이익의 약 25%를 차지하는 주요 수익원이어서 실적 타격 우려가 커졌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에 즉각적인 조치 철회를 요구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JT의 해외 자회사인 JT인터내셔널(JTI)의 러시아 사업을 담당하는 'JTI 돈스코이 타바크' 등 제조법인 4곳을 러시아 기업의 임시 관리 아래로 옮기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대통령령은 같은 날 오후 러시아 정부 포털에 공개됐으며, 조치 이유는 명시되지 않았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이번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경제산업성·외무성 당국자들이 현지에서 항의했으며, 외무성 유럽국장도 주일 러시아대사에게 철회를 요구했다.
JT의 지난해 러시아 담배시장 점유율은 약 37%로 1위였다. 러시아 사업은 그룹 전체 매출에서는 약 10%에 그치지만, 조정 영업이익에서는 약 25%에 달한다. 회사는 올해도 비슷한 비중을 예상해 왔다. 임시 관리가 길어지면 그룹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JTI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신규 투자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현지 생산과 판매는 이어왔다.
주식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6일 도쿄증시에서 JT 주식에 러시아 사업의 손실 반영 가능성 등을 우려한 매도 주문이 몰렸다. 매도 호가는 전날 종가보다 1500엔(19.3%) 급락해 하한가인 6269엔까지 내려갔고, 오전장이 끝날 때까지 거래는 성립하지 않았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투자자 보고서에서 JT 러시아 사업의 향방은 현시점에서 불투명하지만, 과거 다른 기업 사례에 비춰 경영권을 되찾지 못해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금흐름은 물론 배당성향 75%를 내건 배당금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임시 관리는 러시아가 2023년 대통령령에 근거해 자국에 제재를 가한 '비우호국' 기업의 자산을 대상으로 시행해 온 조치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대상 기업은 유럽계를 중심으로 130곳을 넘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월 이 제도가 유럽 국가들의 러시아 기업 자산 압류 등에 맞선 조치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향후 경영권을 돌려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임시 관리 이후 대규모 손실이나 사업 매각을 겪은 기업도 있다. 덴마크 맥주 기업 칼스버그는 2023년 현지 자회사가 임시 관리 아래 놓이면서 러시아 사업에 대해 대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프랑스 식품 기업 다논도 같은 해 임시 관리 대상이 돼 관련 손실 12억 유로(1조 8000억 원)를 기록했고, 2024년 관리가 해제된 뒤 러시아 기업에 사업을 매각했다.
일본 기업도 앞서 같은 조치를 겪었다. 2024년 2월 DMG모리세이키의 독일 자회사가 보유한 러시아 공장이 임시 관리 대상이 됐다. 이 공장은 침공 이후 생산을 멈춘 상태였다. 러시아에 남아 있는 일본 기업은 여전히 적지 않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러시아에 거점을 유지하는 일본 기업은 침공 전의 약 3분의 2로 줄었지만 아직 100곳을 넘는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말 기준 재무상 명의로 JT 발행주식의 37.55%를 보유한 대주주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6일 "관계 부처 및 JT와 긴밀히 연계해 상황을 주시하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닛케이는 일본의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발해 온 푸틴 정권이 일본 기업을 압박해 일본 정부의 정책 변경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이번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지난 10월 일본 홋카이도신문 기자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으며, 이 기자는 혐의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채 구금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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