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의 심리렌즈] '나는 솔로' 34기 영철은 왜 애쓸수록 허술해질까?

  •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의 역설…인상관리와 주의의 협소화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채널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채널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잘 보이려는 마음이 클수록 허술함이 드러나는 사람이 있다. 능력을 강조하고 유머로 분위기를 이끌지만, 상대의 반응을 읽는 데는 서툴다. 자신감 있게 행동하다가도 기대한 반응을 얻지 못하면 불안해한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가 보여주는 자신감과 불안은 서로 모순되는 감정일까, 아니면 하나의 심리에서 비롯된 두 얼굴일까.
 
▲ 자신을 연출하는 사람

영철은 자기소개에서 "지난해 책을 60권 넘게 읽었다"고 밝혔다. 투자 공부와 경제적 성취를 이야기했고, 행정직 7급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로 '안정성'을 들었다. 성실하고, 유능하고, 미래를 계획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트리거', '무소불위', '오답' 등의 어록도 남겼다. 특별히 전문적이거나 난해한 용어는 아니지만, 영철은 특정 어휘를 반복해 사용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비유적으로 전달하는 경향을 보인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채널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나는 솔로' 34기 영철의 인터뷰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는 "로켓을 쏘면 1도여도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잖아요"라며 영자와 현숙에 대한 호감의 차이를 설명했다. 두 사람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데 꼭 필요한 비유는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감정을 로켓의 궤도에 빗대 설명했다.

주목할 건 표현의 적절성보다 표현을 선택하는 태도다. 영철에게 말은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자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일 수 있다.

이는 타인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조절하려는 인상관리(Impression Management)와 연결해 볼 수 있다. 영철은 자신의 능력과 성취뿐 아니라, 말하는 방식까지 활용해 지적이고 능숙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형성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 불안에 이유를 붙이는 사람

영철의 자기연출에는 불안이 함께 나타난다. 그는 현숙과 데이트한 뒤 상철에게 현숙의 경제적 여유와 좋은 차, 첼로 연주, 프랑스어 공부 등을 언급했다. 자신은 집안이 좋은 편이 아니라면서 현숙에겐 자신이 접하기 어려운 고급문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인식한 대상과 비교하는 상향 사회비교(Upward Social Comparison)와 연결된다. 다만 영철의 경우 사회비교가 불안을 일으켰다기보다, 이미 느끼던 불안에 이유를 부여하는 과정이었을 수 있다.

영철은 현숙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했지만, 그만큼의 확신을 돌려받지는 못했다.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이 커졌고, 상대와의 조건 차이를 부각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에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관계가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자신의 부족함이나 접근 방식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쉽게 좁히기 어려운 격차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일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솔로 34기 영철과 상철의 대화
'나는 솔로' 34기 영철과 상철의 대화

그가 연애 관계를 '갑을'로 표현한 대목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만하다. 영철은 "2대1 데이트였으니까 내가 갑이고 현숙님이 을인 상황에서, 내가 영자님을 정리하며 굳이 을의 구렁텅이로 들어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숙의 또다른 호감 상대 영호를 의식하며 나온 이야기다.

'갑을'이라는 표현 자체는 관계를 우열이나 급으로 나누는 오만함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그보단 관계의 주도권을 잃었다는 불안이 거친 표현으로 드러났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사람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면 그 감정의 원인을 찾으려 한다. 원인을 설명할 수 있어야 상황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영철 역시 현숙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에, 두 사람의 조건 차이와 관계의 주도권 문제까지 꺼내게 됐을 수 있다. 째째한 속물근성을 드러낸 게 아니라, 현숙 앞에서 불안해지는 자신을 마주하게 됐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사과는 누구를 위한 것?

영철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현숙에게 호감을 표현한 이유를 설명하며, 영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알리기 위한 '쿠션 멘트'였다고 말했다. 현숙은 "사람들 앞에서 표현하시는 건 부담스러웠다"며 불편했던 속내를 밝혔다.

그러자 영철은 자신의 방법이 잘못됐다며 전날 행동이 온통 오답이었다고 자책했다. 현숙은 제작진 인터뷰에서 "너무 여러 번 사과했다"며 "(어제 일을) 계속 복기하시는 느낌"이라고 답답해했다. 현숙의 말처럼, 영철은 왜 계속해서 사과를 반복했을까.

 
나는 솔로 34기 영철과 현숙의 대화
'나는 솔로' 34기 영철과 현숙의 대화

과도한 안심 추구(Excessive Reassurance Seeking)는 이미 괜찮다는 확답이나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확인을 요구하거나 안전을 점검하는 행동을 뜻한다.

불안도가 높은 사람은 상대의 마음을 확인함으로써 불편한 감정을 줄이려 한다. 하지만 확인을 통해 얻은 안도감은 일시적일 수 있다. 상대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다시 불안해지고, 또다시 확인을 요구하게 된다.

사과도 마찬가지다. 잘못을 인정하는 행위인 동시에 자신을 나쁘게 보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될 수 있다. 영철은 관계를 수습하려 했을지 모르지만, 현숙은 그 과정에서 그의 불안까지 달래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 배려하는 모습과 배려하는 시야

영철의 행동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특징은 관심이 한곳에 집중될 때 주변을 살피는 시야가 좁아진다는 점이다.

영철은 현숙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면서 함께 있던 영자를 소외시켰다. 이후 현숙, 영호와 함께한 2대1 데이트에서는 자신이 소외되는 상황을 경험했다.

물론 현숙도 영호와의 대화에 집중하면서 영철을 챙기지 못했다. 앞서 영자가 소외됐던 상황에 대해서도 별다른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영호는 두 사람과 달랐다. 영철이 소외된 상황을 미안해했다. 자신이 관심을 두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살핀 것이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호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호

이 차이는 관점수용(Perspective-Tak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위치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인지적 능력이다.

영호는 자신의 감정에만 몰입하지 않고 주변 사람의 처지까지 고려했다. 반면 영철은 현숙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데 집중하면서 영자의 감정을 살피지 못했다.

특정 목표나 감정에 주의가 집중되면 주변의 다른 정보에 대한 인식이 줄어들 수 있다. 이른바 주의의 협소화(Attentional Narrowing)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예로 영철은 모두가 듣는 자리에서 지인에게 전화해 데이트 장소를 추천받으며 현숙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가 느낄 부담이나 사람들의 시선까지 헤아리진 못했다. 

이런 행동은 첫날밤부터 하나둘 쌓여왔다. 현숙에게 관심을 둔 남성도, 영철에게 마음을 둔 여성도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숙에게 다가가는 데 몰두할수록 그의 시야는 좁아졌고, 호감 표현은 결국 현숙이 거리를 두게 만드는 부담으로 돌아왔다.
 
▲ 자신을 보여주느라 놓친 것들

영철의 자기소개, 어휘 선택, 유머, 적극적인 호감 표현, 반복적인 해명과 사과는 서로 다른 행동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공통된 방향이 엿보인다.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기대한 평가를 얻지 못하면 불안을 느끼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행동하는 것이다.

자기초점적 주의(Self-Focused Attention)는 자신의 모습과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주의를 기울이는 현상을 설명한다.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에 몰두할수록 상대의 표정과 감정, 주변 상황처럼 바깥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살피기 어려울 수 있다.

영철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다. 누군가를 깊이 좋아하게 되면 우리 역시 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고, 작은 반응 하나에 마음이 흔들린다.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상대가 정작 무엇을 원하는지는 놓치기도 한다.

영철의 행동도 온통 오답이었던 게 아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진 나머지, 그 마음이 향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과 현숙의 대화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과 현숙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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