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의 심리렌즈] '나는 솔로' 34기 영철은 왜 늘 나서려고 할까?

  • 친화력의 이면…역할 정체성으로 본 '나는 솔로' 34기 영철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은 사교의 달인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금세 친해진다. 먼저 말을 걸고, 농담을 던지고, 대화를 이끈다.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지도 살핀다. 처음 만난 펜션 사장님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강아지에게도 친화력을 발휘한다. 꼭 MC 같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맹목적으로 들떠 있는 듯한 모습에 위화감을 느끼는 시청자도 있을 법하다. 사람들을 능숙하게 이끌지만, 정작 자신은 편안해 보이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첫 등장 후 남성 출연자들과 앉아 있을 때는 의식적으로 미소를 유지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평소 대화를 주도하고 분위기를 띄우던 사람이 자기소개에서는 목소리를 떨기도 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데 거리낌이 없어 보이지만, 긴장도 엿보인다.

"너무 나서지 말고 힘을 좀 빼."

여동생이 건넸다는 조언이다. 가까운 가족의 눈에도 영철은 필요 이상으로 애쓰는 사람처럼 보였을까. 이런 상황들을 모아 보면 영철의 밝은 모습도 다르게 보인다.

영철은 원래 밝고 적극적인 사람일 수 있지만, 밝아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일 가능성도 있다. 두 모습은 겉으로 비슷해도, 그 모습을 유지하는 데 드는 노력은 전혀 다르다.
 
▲ 모두를 챙기려는 사람

영철은 네 남매 중 셋째이자 외아들이다. 위로 두 누나가 있고 아래로 13살 차이 나는 여동생이 있다.

출생 순서만으로 성격을 설명할 순 없지만, 가족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는 살펴볼 만하다. 가족은 아이가 처음으로 관계를 배우는 사회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영철은 누가 어색해하는지 살피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엄마에게나 누나들에게나, 예쁨 받았을 행동이다.

넓은 시야와 적극성이 영철의 장점이자 오래된 대인관계 전략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을 오히려 어색하게 느낄 수 있다. 대화가 끊기면 말을 보태고,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농담을 던진다. 고마운 배려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따라가기 버거운 텐션일 수 있다.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에게 끊임없는 농담과 대화가 오히려 피로하다. 분위기를 띄우려는 노력이 반드시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나아가 그렇게 모두를 편안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동안, 정작 자신은 언제 편안해질 수 있을까.
 
▲ 어린 시절의 상실이 남긴 것

영철은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를 잃었고 이후 가정형편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한창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해갈 시기에 가족의 상실과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한 것이다. 그 사건이 영철의 성격을 어떻게 바꿨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어떤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는지 살펴볼 단서는 있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영철은 자기소개에서 '안정성'을 강조했다. 행정직 7급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고, 독서와 투자 공부도 꾸준히 한다고 밝혔다. 

"삶에 굴곡이 있더라도 뿌리 깊은 나무처럼 의연하게 대처하지 않을까."

그가 그리는 미래에는 안정적인 직업과 경제적인 준비, 가족을 책임질 능력이 있다. 삶에 어려움이 닥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듯하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요구받아야만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보며 스스로 역할을 정하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임감은 강력한 삶의 동력이 되지만, 그 역할에서 벗어나는 일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영철 역시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집안의 유일한 아들로서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경제적으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정서적으로는 먼저 웃고 농담을 건네며 집안에 활기를 불어넣는 사람. 누가 시키지 않았더라도 그런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자신이 뿌리 깊은 나무이길 바란다. 그렇다면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이 힘을 주며 살아왔을까.
 
▲ 스무 번의 연애

영철은 스무 차례의 연애 경험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먼저 다가가는 연애를 해왔다고 밝혔다. 그의 친화력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관계의 시작에서 영철의 적극성은 분명한 강점이다. 현숙 역시 자신을 살뜰히 챙기는 영철에게 마음이 움직였고, 그를 호감 순위 1순위로 꼽았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그런데 연애에는 시작하는 능력과 유지하는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 처음에는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호감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관계가 깊어지면 과제도 달라진다. 서로의 일상을 받아들이고, 불편한 감정을 조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스무 번의 연애 경험을 곱씹어볼 만하다. 영철은 누군가의 마음을 얻었지만, 관계의 끝도 반복했다. 그의 강점은 장기적인 친밀감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나타날까. 그는 연애에서 무엇을 반복해왔을까.
 
▲ 영자는 영철이 애쓰는 모습을 봤다

영자는 첫인상 선택과 함께 건넨 편지를 통해, 무거운 캐리어를 들어준 영철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끌어도 되는 캐리어를 굳이 들어 옮겼다"고 짚었다. "계속 억지 미소를 짓고 계셔서 저녁쯤에는 입에 경련이 오시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자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자,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영철은 영자에게 글을 정말 잘 쓴다고 칭찬하는가 하면, 남성 출연자들에게 편지 내용을 들었냐고 물으며 감탄하기도 했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는 "편지를 많이 받아봤지만 이렇게 솔직하고 해학적인 표현은 없었다"며 영자가 궁금해졌다고 밝혔다.

무엇이 그토록 흥미로웠을까. 영자의 편지에는 영철이 자신에게 무엇을 해줬는지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까지 담겨 있었다. 영자는 알아봤다. 듬직한 모습 뒤 무거운 짐을 들었던 팔, 밝은 얼굴 뒤 미소를 유지하려는 노력.

영철이 늘 밝고 듬직한 사람으로 남으려 했다면, 이런 상황은 특별한 경험이었을 수 있다.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증명하지 않아도, 상대가 먼저 자신의 상태를 살펴주는 경험이었을 테니까.
 
▲ 뿌리 깊은 나무도 바람에 흔들린다

영철은 삶에 굴곡이 있더라도 뿌리 깊은 나무처럼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살아온 시간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한 다짐이다. 예상치 못한 상실과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 안정과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자연스럽다. 영철의 밝음과 주도성도 그런 삶을 살아오며 길러낸 강점일 수 있다.

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뿌리가 깊다는 건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바람이 불 때마다 온 힘을 다해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철 [사진=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 영상 캡처]

"너무 나서지 말고 힘을 좀 빼."

영철의 여동생이 건넨 말이 떠오른다. 영철에게는 밝게 웃지 않아도 함께 머물고, 특별히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편안한 상황이 필요하다.

절실하다. 나서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믿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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