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설악산과 별개의 산지로 인식됐던 ‘한계산(寒溪山)’의 지명 회복이 추진된다. 강원 인제군은 학술 연구를 통해 역사적 근거를 확보하고 한계산성과 탐방로를 연계한 문화관광 자원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16일 인제군에 따르면 군과 강원역사문화연구원은 오는 18일 오후 2시 인제 기적의도서관 사랑채에서 ‘한계산 지명보존대책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행사에는 박광우 강원역사문화연구원장과 최상기 인제군수, 김도형 인제군의회 의장, 지명·역사 분야 전문가 등 50여 명이 참석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계산 지명의 역사성과 전승 과정을 확인하고 고유지명 회복을 뒷받침할 학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열린다. 향후 지명 고시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논리와 자료를 축적하는 성격도 갖는다.
한계산은 현재 설악산이라는 이름에 가려졌지만 조선시대 지리지와 고지도에는 독립된 산지 명칭으로 등장한다.
관련 학술 연구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는 오늘날 설악산 일대가 설악산권과 한계산권 등으로 나뉘어 인식됐다. 조선 후기에 들어 일부 문헌에서 설악산이 한계산과 천후산 일대까지 아우르는 대표 지명으로 사용되면서 한계산의 독자성은 점차 약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계산이라는 이름은 지금도 인제군 북면 한계리와 한계령, 한계산성 등에 남아 있다. 특히 ‘인제 한계산성’은 2019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 제553호로 지정됐다. 험준한 산세를 이용해 상성과 하성으로 축조된 중세 산성으로, 한계산 지명의 역사적 전승을 보여주는 핵심 유적이다.
학술대회에서는 한계산이라는 이름이 언제 형성됐고, 설악산권 지명 변화 속에서 어떻게 전승됐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유재춘 강원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계산성으로 본 한계산 명칭의 형성과 전승’을 발표한다. 이상균 강원대 교수는 ‘인제 한계산 지명과 영역의 역사적 전승과 변용’을 주제로 지명의 공간적 범위와 변화 과정을 살핀다.
김순배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부회장은 설악산권 지명 변화 속에서 ‘한계’라는 이름이 유지된 배경을 분석한다. 심보경 한림대 교수는 다른 산지 지명의 제정·부결 사례를 토대로 한계산 지명의 고시 방향을 제시한다.
이어 양보경 성신여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종합토론이 열린다. 발표자들과 김흥술 전 오죽헌시립박물관장, 이상수 가톨릭관동대 박물관 학예실장, 김지영 국립공주대 참여문화연구소 연구교수, 허준구 강원문화예술연구소장이 참여한다.
다만 학술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지명이 곧바로 공식화되는 것은 아니다. 지명 제정이나 변경은 지명위원회 심의 등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역사적 범위와 주민 인식, 기존 설악산 지명과의 관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리하느냐가 향후 논의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제군은 연구 결과를 고유지명 회복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계산성과 탐방로 등 주변 역사문화 자원을 연계한 관광 콘텐츠도 발굴한다.
윤형준 인제군 지역유산문화팀장은 “한계산 지명의 역사적 전승과 변화 과정을 살펴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학술대회 결과를 고유지명 회복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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