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의 원유 생산 차질로 국제유가가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가운데 정작 국내에선 석유 최고가격제 첫 정산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유사가 추산하는 손실 규모와 정부의 보상 규모 간 격차가 커 양측의 이견을 좁히는 데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액을 심의·검증하는 산업통상부 산하 최고액 정산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에 보상 규모 산정을 위한 자료 제출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10월경 첫 정산을 목표로 보상 규모를 산정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유 업계에선 벌써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란의 분쟁이 확대되면서 유가와 운송비가 다시 치솟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시장 가격 기준 대신 원가에 적정 마진을 더하는 방식으로 보상액을 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유사는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을 기준으로 국내 석유제품 판매가격과 수출가격을 결정한다. 이에 정유사는 수출가격과 최고가격제에 따른 국내 판매가격 간 차액을 기준으로 보상 규모를 산정하길 바라며 관련 자료를 정산위에 제출하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정유사들의 손실 규모는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3월 13일 이후 6개월간 약 7조~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부가 원가에 적정마진을 더해 산정한 보상액은 1조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령 정산위가 MOPS를 기준으로 보상액을 산정해도 정부가 최고가격제 시행을 위해 편성한 목적예비비 규모가 4조2000억원 수준이라 정유사들이 추산한 손실 규모를 보상하기에는 부족하다.
여기에 정부가 오는 18일 물가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를 연장할 방침으로 알려진 만큼 4분기 손실분도 보상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4분기 보상분 예산으로 쓰기 위해 내년도 산업부 본예산 사업비에서 1조5000억원가량을 따로 배정해 뒀지만 유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사들의 손실을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평가다.
정유업계는 정산위가 개별 기업들의 2·3분기 호실적을 근거로 보상 규모를 낮게 산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2·3분기 호실적은 유가가 낮을 때 원유를 구매한 것이 원인이 된 래깅효과에 따른 단기 실적이고, 4분기에는 현재 높은 유가에 따른 역래깅효과가 나타나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손실을 제대로 보상해야 지속적인 사업이 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래깅효과란 원재료를 구매한 시점과 제품을 가공해 판매한 시점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익 지연 현상을 말한다.
한편 국제유가는 사우디 동서 송유관 피격과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위협 등으로 인해 4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두바이유는 지난 11일 기준 배럴당 123달러를 돌파했고 텍사스유와 브렌트유도 15일 기준 각각 배럴당 108.75달러, 105.83달러를 기록하며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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