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미로운 치아백서] 흔들리는 유치, 빨리 빼는 것이 정답일까요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사진 유슬미 DDS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사진= 유슬미 D.D.S]

처음 이를 빼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아이의 유치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부모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흔들리는데 그냥 두어도 괜찮을까?’ ‘빨리 뽑아줘야 영구치가 바르게 날까?’ ‘꼭 치과에 데려가야 하나, 옛날처럼 집에서 실로 묶어 빼도 될까?’ ‘집에서 뽑긴 했는데 뿌리까지 제대로 잘 빠진 걸까?’ ‘그 다음 영구치가 언제 올라 오려나?’ 

일정한 시기가 되면 치조골 안에 자리잡고 있던 영구치가 올라오면서 유치의 뿌리가 녹으면서 흡수되고, 뿌리가 짧아진 유치는 점점 흔들리다가 빠집니다. 이 과정은 후속 영구치가 올라오기 위한 매주 자연스러운 준비로 생리적 탈락이라고 합니다. 아이의 흔들리는 유치를 발견했을 때는 다음의 다섯 가지 증상을 살펴보면 좋습니다. 특별한 통증 없이 나이와 순서에 맞는 치아가 서서히 흔들리고, 잇몸이 심하게 붓지 않아야 하며, 고름이나 심한 냄새가 없고, 영구치가 유치 뒤쪽 또는 아래쪽에서 보이기 시작하고, 아이가 씹을 때 약간 불편해하지만 전신 증상은 없어야 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대부분 정상적인 치아 교환 과정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유치의 흔들림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치에 심한 충치가 생긴 경우에 치아 내부의 신경과 뿌리 주변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정상적인 교환 시기가 아니더라도 치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잇몸이나 얼굴이 붓거나, 아이가 치아가 아프다고 하고, 밤에 치통이 더 심해지거나, 입냄새가 심하게 나고 고름까지 보인다면 겉으로는 눈에 보이는 충치가 없더라도 빨리 치과에 데려가 체크해보아야 합니다. 

또한, 후속 영구치는 아직 올라올 때가 멀었는데 해당 유치가 너무 빨리 흔들리는 경우도 흔하게 있습니다. 이 경우를 ‘유치의 조기상실’이라고 하는데, 유치가 너무 일찍 빠지면 주변 치아가 쓰러지면서 영구치가 나올 공간이 부족해지거나 아예 폐쇄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도 치과에서 X-ray 확인 후 치아 공간유지장치 필요 여부를 평가해야 합니다. 

게다가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 유치가 흔들린다면 치아가 빠질 시기가 되어서가 아니라 외상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일 수 있습니다. 유치의 외상은 경우에 따라 유치 자체 뿐만 아니라 아래에서 자라는 영구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외상 직후에는 흔들림의 정도와 치아 위치를 확인하기 위하여 조속한 치과 방문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영구치가 유치 뒤쪽이나 안쪽에서 이미 많이 올라왔는데 기존 유치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영구치는 하나가 올라오는데 두 개의 유치가 한번에 흔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치과에 내원하여 유치 발치 여부와 시기를 판단해야 합니다.

유치는 언젠가 빠질 치아인 것은 맞지만, 아무 때나 빠져도 되는 치아는 아닙니다. 살펴본 것처럼, 유치의 흔들림은 정상적인 치아 교환 과정일 수도 있고, 치료가 필요한 이상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치아가 흔들릴 때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이 흔들림이 ‘정상적인 교환 과정인지, 아니면 치료가 필요한 흔들림일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흔들리는 치아가 불편하더라도 빼먹지 말고 그 치아와 주변을 부드럽게 칫솔질하고, 깨끗한 손으로 살짝 흔들어보는 정도는 괜찮지만 억지로 비틀거나 강하게 잡아당기지 않도록 이야기해주면 좋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아이가 ‘이앓이’를 겪어내게 하면서까지 나고 자라, 음식을 씹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바른 발음을 하도록 해주고 턱뼈와 얼굴 성장에도 큰 공헌을 했던 유치가 이제는 또 영구치가 올라올 위치를 안내해주며 알맞게 빠지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우리 아이들의 입 속에서 그저 자연스럽고 순탄하게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해봅니다.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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