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잇몸약에 관한 것입니다.
“선생님, 최근에 양치하면서 잇몸에서 피가 나는데 잇몸약을 먹으면 좋아지나요?”
“구강유산균이라는 게 있던데 꾸준히 먹으면 잇몸이 좀 좋아지나요?”
잇몸 건강을 위해 무언가를 챙겨 먹으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잇몸병이 정말 약을 먹는 것만으로 좋아질 수 있는 병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잇몸병이 어떻게 생기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치주염을 "잇몸에 세균이 생겨서 뼈가 녹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대 치주학에서 이해하는 치주염은 조금 더 복잡한 개념입니다. 치아 표면에는 매일 음식물과 세균이 달라붙으면서 치태라고 하는 바이오필름(biofilm)이 형성됩니다. 바이오필름은 단순히 세균이 존재하는 상태가 아니라, 여러 미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낸 복잡한 생태계입니다. 이 바이오필름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고 잇몸 주변에 지속적으로 쌓이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를 감지하고 염증반응을 일으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치주염에서 조직을 손상시키는 것은 세균 자체만이 아닙니다. 우리 몸이 세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염증반응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리해보면, 치아에 쌓인 바이오필름의 성분 → 면역반응 활성화 → 염증 매개물질(IL-1β, TNF-α, IL-6, PGE₂, matrix metalloproteinases) 증가 → 잇몸과 치주조직의 손상 → 심해지면 치조골 소실이라는 과정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강유산균은 어떨까요? 구강유산균은 특정 유익균을 구강에 공급해서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을 조절하려는 접근입니다. 가능한 기전으로는 병원성 세균과의 경쟁으로 병원균의 부착 억제, 항균물질 생성, 미생물 생태계 조절, 염증반응 조절 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출혈이나 임상적 부착 수준 등 일부 치주 지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보고되었습니다만, 연구마다 사용한 균주 · 용량 · 투여 기간이 다르고 연구 간 차이도 있어, 장기적인 효과와 최적의 균주·용량에 대해서는 아직은 추가 연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구강유산균은 치주관리를 도울 수 있는 보조요법의 하나로 연구되고 있지만, 치태·치석을 제거하는 기본적인 치주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 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치은염과 치주염도 구별해야 합니다. 초기의 치은염은 주로 치아 주변의 바이오필름에 대한 염증반응으로 나타나며, 적절하게 관리하면 건강한 상태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염증이 더 깊은 치주조직까지 진행된 치주염에서는 치주인대와 치조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히 "잇몸에 좋은 것을 먹는 것"으로 이미 소실된 치조골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치주염이 의심된다면 잇몸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먼저 선택하기보다는 치과에서 치주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우선입니다.
결국 잇몸 건강을 지키는 순서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잇몸병을 만드는 환경을 없애는 것입니다. 올바른 칫솔질로 치아 표면의 바이오필름을 제거하고, 치실이나 치간칫솔로 칫솔이 닿지 않는 치아 사이를 관리하고, 이미 만들어진 치석이나 잇몸 아래의 치주원인 물질이 있다면 치과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흡연이나 당뇨 등 치주질환의 위험요인을 함께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 후에 필요하다면 구강유산균과 같은 보조요법을 더할 수 있습니다. 좋은 것을 먹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쁜 환경을 치아에 남겨두지 않는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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