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형의 유통맵] 과자 맛 찾아 삼만리…요즘 뜨는 '편의점 순례'

  • 포테토칩·꼬깔콘, 편의점마다 다른 맛…'도장깨기' 소비 확산

  • 꼬북칩·오사쯔도 편의점 제품…장수 과자에 최신 유행 입혀

  • 스낵 매출 36% 편의점서 발생…제과업 신제품 테스트베드로

꼬깔콘X만선호프 이색 협업 연출 건물외관 사진롯데웰푸드
꼬깔콘X만선호프 이색 협업 연출 건물외관 [사진=롯데웰푸드]

퇴근길, 휴대폰을 꺼내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앱)부터 연다. 검색창에 찍는 단어는 ‘농심 포테토칩’ 재고다. 오늘 목표는 GS25에만 있다는 ‘매콤까르보맛’이다. 어제는 CU에서 ‘솔티버터맛’을, 그제는 세븐일레븐에서 ‘버터갈릭새우맛’을 이미 챙겼다.
 
남은 것은 이마트24에 있는 ‘크림치즈소시지맛’이다. 봉지 4개를 나란히 세워 찍은 인증샷이 소셜미디어에 속속 올라온다. 제과업체와 편의점이 ‘여기서만 살 수 있는 맛’을 앞세워 신제품 경쟁에 나서면서 과자 한 봉지를 사는 일이 일종의 ‘편의점 순례’가 되고 있다.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이달 10일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와 손잡고 ‘포테토칩 다이닝 시리즈’ 4종을 출시했다. 제품 브랜드는 같지만 판매하는 맛은 모두 다르다.
 
CU에서는 ‘고메포테토 솔티버터맛’, GS25에서는 ‘포테토칩 매콤까르보맛’을 판매한다. 세븐일레븐은 ‘버터갈릭새우맛’, 이마트24는 ‘크림치즈소시지맛’을 각각 내놨다. 농심이 편의점 4사에 서로 다른 포테토칩을 동시에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편의점별로 맛을 달리한 전략은 소비자를 여러 점포로 움직이게 한다. 농심은 4종 모두를 구매해서 인증하는 ‘편의점 도장깨기’와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르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편의점들은 단독 상품을 확보하면서 차별화하고 농심은 하나의 브랜드를 주요 편의점에 동시에 노출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맛을 비교하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과정까지 마케팅으로 연결된다.
 
롯데웰푸드는 한발 더 나아가 편의점별 다른 맛을 오프라인 경험으로 확장하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지난달 말 선보인 ‘꼬깔콘 야장시리즈’는 쌈장삼겹살맛·마성옥수수맛·워킹타코맛·버터구이오징어맛 등 4종으로 구성됐다.
 
마성옥수수맛은 GS25, 워킹타코맛은 CU, 버터구이오징어맛은 세븐일레븐에서 각각 판매한다. 쌈장삼겹살맛은 대형마트·슈퍼마켓·이커머스 등으로 판매처를 달리했다.
 
GS25에서 모델이 춘식이 꼬북칩 고구마탕후루맛과 꼬깔콘마성옥수수맛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S25
GS25에서 모델이 춘식이 꼬북칩 고구마탕후루맛과 꼬깔콘마성옥수수맛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S25]


반응도 빠르게 나타났다. 야장시리즈 4종은 출시 보름 만에 누적 판매량 80만봉을 넘어섰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품을 모두 모은 인증 사진과 편의점별 재고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이어졌다. 편의점별로 제품을 분산시킨 것이 오히려 모든 제품을 찾아다니는 ‘편의점 투어’를 만든 셈이다.
 
롯데웰푸드는 24일 서울 을지로의 대표적인 야장 상권인 만선호프와도 손잡았다. 다음 달 13일까지 ‘꼬깔콘X만선호프’를 운영하며 ‘꼬깔콘 스페셜 나쵸’를 하루 20개 한정 판매하고, 만선호프 안주와 꼬깔콘을 조합한 세트 메뉴도 선보인다. 앞서 샤로수길에서 ‘꼬깔콘 낭만포차’를 운영한 데 이어 편의점에서 시작된 야장 콘셉트를 실제 야장 공간으로 옮긴 것이다.
 
편의점 전용 과자 경쟁은 농심과 롯데웰푸드에 그치지 않는다. GS25는 이달 오리온과 손잡고 ‘춘식이 꼬북칩 고구마탕후루맛’을 출시했다. 고구마 맛과 탕후루의 바삭한 식감을 결합하고 카카오프렌즈 ‘춘식이’를 패키지에 넣었다. 지난달에는 오리온 ‘예감’에 초콜릿을 입힌 ‘예감 초코범벅 감자칩’을 GS25 전용으로 선보였다.
 
CU에서도 해태제과의 ‘오사쯔 델리만쥬맛’을 단독 판매하고 있다. 익숙한 고구마 스낵에 델리만쥬의 커스터드 풍미를 결합한 제품이다. CU는 꼬깔콘 워킹타코맛 등과 함께 이런 차별화 스낵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CU의 스낵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2% 늘었고 지난달에는 21.9% 증가했다. 맥주와 스낵의 동반구매율도 63%에 달했다.
 
과자 신제품 격전지 된 편의점…‘전용 맛’으로 손님 잡는다
 
제과업체들이 편의점을 주목하는 것은 스낵 시장에서 편의점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닐슨아이큐(NIQ)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스낵류 소매 매출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36.4%로 주요 소매 유통채널 가운데 가장 높았다. 편의점은 이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과자를 소용량으로 파는 곳이 아니라 신제품을 먼저 선보이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테스트베드’가 된 것이다.
 
식품 유행의 주기가 짧아진 것도 이런 전략을 부추기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부터 황치즈·말차·우베·옥수수 등 특정 맛과 원료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단기간에 유행하고 곧바로 트렌드로 넘어간다. 대규모로 정규 제품을 내놓기보다 편의점 전용·한정판으로 먼저 출시하면 시장 반응을 조기에 확인하면서 실패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단독 상품이 고객을 점포로 불러들이는 무기가 된다. 점포 수 경쟁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가 같은 상품을 파는 것만으로는 차이를 만들기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점포수는 5만3266개로, 전년보다 1586개 감소했다. 연간 기준 점포수가 줄어든 것은 1988년 편의점이 국내에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소비자가 알고 있는 꼬깔콘·포테토칩·꼬북칩 같은 장수 브랜드에 ‘우리 편의점에서만 살 수 있는 맛’을 붙이면 새로운 방문 이유가 생긴다. 실제 CU는 차별화 상품 확대를 기존 점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 신제품 과자는 가까운 매장에서 발견하면 한 번 맛보는 상품이었다. 반면 이제는 판매처를 찾아가 구매하고 다른 맛과 비교한 뒤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는 하나의 경험형 소비가 됐다. 제조사에는 여러 맛을 동시에 시험하는 시장조사 효과를, 편의점에는 다른 점포까지 찾아다니게 만드는 집객 효과를 주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신제품을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러 맛을 비교하거나 한정 상품을 찾아다니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며 “제조사와 편의점도 이런 소비 성향을 활용해 채널별 전용 상품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포테토칩 신제품 4종 연출 이미지 사진농심
포테토칩 신제품 4종 연출 이미지 [사진=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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