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종교의 지도자들이 3년에 한 번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 모인다. 2003년에 시작해 지난해까지 여덟 번 열렸고, 다음 대회는 2028년이다.
모임의 이름은 세계 및 전통 종교 지도자 대회(Congress of Leaders of World and Traditional Religions)다. 상설 사무국을 두고 자체 상을 주며, 2033년까지 이어지는 계획도 마련해 놓았다. 대회가 채택한 선언문은 유엔 총회 공식 문서로 남는다.
시작은 9·11 테러였다. 테러가 난 지 11일 뒤인 2001년 9월 22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카자흐스탄을 찾았다. 종교가 세계를 갈라놓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던 때였고, 카자흐스탄은 그 방문 기간에 주요 종교 지도자들을 한자리에 앉히자는 구상을 내놓았다.
첫 대회는 2년 뒤인 2003년 9월 23일 열렸다. 13개국에서 17개 대표단이 아스타나로 왔다. 참가자들은 극단주의와 테러가 종교와 무관하다고 못 박은 뒤 3년마다 다시 모이기로 했다.
모임은 갈수록 커졌다. 지난해 9월 열린 여덟 번째 대회에는 60개 국가에서 100개가 넘는 대표단이 참가해,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 불교, 힌두교, 도교, 조로아스터교, 신도가 한자리에 앉았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2022년 일곱 번째 대회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아스타나를 찾아 알아즈하르 대이맘 아흐메드 알타예브, 예루살렘 총대주교 테오필로스 3세, 이스라엘 수석 랍비들과 나란히 섰다. 다만 올 것으로 알려졌던 모스크바 총대주교 키릴은 끝내 오지 않았다.
대회는 열릴 때마다 기구를 하나씩 만들어 놓았다. 첫 대회에서 사무국이 생겼고, 2006년 두 번째 대회에서는 지금도 기본 규범으로 쓰이는 종교 간 대화 원칙이 채택됐다. 이어 종교지도자평의회가 꾸려지고 상도 두 개 만들어졌으며, 2019년에는 전담 기관이 문을 열어 현재 국제 종교 간 대화센터(International Center for Interfaith and Interreligious Dialogue)로 운영되고 있다.
사무국은 대회가 없는 해에도 해마다 모이는데, 회의 장소는 아스타나 타우엘시즈딕 거리에 이 대회를 위해 지은 피라미드 건물 평화화합궁전이다. 사무국 산하 기관은 유네스코와 알아즈하르,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등과 30건이 넘는 양해각서를 맺었다고 밝혔다.
다루는 문제도 넓어졌다. 2022년에 만들어져 2033년까지 이어지는 발전 계획에는 빈곤과 불평등, 환경 위기, 종교시설 보호가 과제로 포함됐다. 분쟁을 풀기 위한 중재에 나설 수 있다는 조항까지 있는데, 대화를 위한 모임치고는 드문 대목이다.
대회 선언문은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 총회 공식 문서로 등록하는데, 2022년 선언문도 카자흐스탄 유엔 대표부를 거쳐 그해 9월 유엔 기록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유엔 공식 행사가 이 대회 무대에서 처음 열렸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유엔 문명연맹(United Nations Alliance of Civilizations)이 주관해 종교 시설을 어떻게 지킬지 논의한 특별회의로,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가 주도한 유엔 행동계획과 이어지는 자리였다.
본회의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주재했고, 레오 14세 교황은 메시지를 보냈다. 주빈으로 온 무슬림세계연맹 사무총장 무함마드 빈 압둘카림 알이사는 연설에서 가자지구 상황을 꺼냈다.
대회가 내놓은 결과물이 아스타나 평화선언이다. 34개 항으로 돼 있고, 규정에 따라 만장일치가 아니라 다수결로 채택됐다. 사무국에는 신앙과 기후변화를 다룬 문서를 만들라고 주문했고, 인권을 바탕으로 한 AI 국제 규범이 필요하며 핵무기는 쓰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내놓은 세계 평화 운동 구상을 지지하고, 카자흐스탄을 종교 간 대화의 세계적 중심지라고 규정한 대목도 들어 있다.
이 대회가 분명하게 보여준 것은 오래 이어졌다는 점이다. 카자흐스탄의 제안 하나로 시작한 모임에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주요 종교 지도자 대부분이 3년마다 아스타나로 모인다.
참가자들은 지난해 대회를 마치면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아홉 번째 대회는 2028년 아스타나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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