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7시 서울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에 차린 재외투표소 문이 열렸다. 첫 표를 넣은 사람은 고려대에 다니는 아자르 카림자노바(23)였다.
한국에서 투표권을 가진 카자흐스탄 국민은 300명 남짓이다. 오후 1시 30분까지 70명가량이 표를 냈다. 넷 중 한 명꼴이다. 대사관 서기관 알튼바이 라힘잔이 전한 숫자다.
오전 내내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아이 손을 잡고 온 사람이 있었고 가족이 함께 온 경우도 있었다. 정문 앞에서 서로 알아보고 인사를 나누고 들어가기도 했다.
서울 투표소는 카자흐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1개국 재외공관에 차린 79곳 가운데 하나다. 우편 투표도 온라인 투표도 없다. 표를 던지려면 직접 나와야 한다.
이날 선거는 새 단원제 의회 쿠룰타이의 145석을 뽑는 자리다. 지난 7월 1일 발효된 새 헌법으로 상원 세나트와 하원 마질리스를 없애고 만든 의회다. 7개 정당이 후보 545명을 냈고, 무소속은 출마할 수 없다. 전국이 하나의 선거구다.
삼성전자 연구원 울란벡 아우에스한은 쉬는 날 다섯 살 아들을 데리고 왔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었다. 학사부터 박사까지 한국에서 마쳤다.
아이를 왜 데려왔느냐고 묻자 그는 "아들한테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나라는 이런 걸 한다고"라고 답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보여 줘야 나중에 직접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했다. 교육 차원에서 데려왔다는 얘기였다.
나라 밖에 살면서도 굳이 투표소를 찾은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외국에 있어도 카자흐스탄에 기여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원할 수 있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새 의회가 무엇을 바꿀 것 같으냐고 묻자 그는 양원이 하나로 합쳐지는 대목을 짚었다. "원래는 세나트랑 마질리스가 있었는데 이제 합쳐지니까 의사결정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온 알리셰르 사두아카스(28)는 같은 회사 동료다. 수원에 살고 한국 생활은 10년째다. 이날이 생애 첫 투표였다.
"투표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투표할 계획도 없었고요." 그는 회사 동료인 아우에스한이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며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돼서 마음이 좋다"고 했다.
마음이 움직인 데에는 본국 소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영향이 컸다. "예전에는 쿠룰타이라는 것도 없었고 복잡했습니다. 지금은 정부에서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SNS로 다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직접 투표소에 나와 보는 것 자체에 뜻을 뒀다. "카자흐스탄에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보이니까 저도 지원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런 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아세트 이세날리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도 이날 투표소에 나와 표를 넣었다.
그는 카자흐스탄이 정치와 경제 양쪽에서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했다. 새 의회가 들어서면 경제 개혁을 뒷받침할 입법이 가능해지고, 정치적으로도 민주적 발전의 새로운 시기가 열린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이세날리 대사는 "우리 세대가 질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이정표를 지금 목격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외국과 국제기구 참관인 781명을 승인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민주제도인권사무소를 통해 보낸 장기 참관인 39명과 단기 참관인 208명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카자흐스탄 현지 투표는 이날 저녁에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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