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박위를 돕던 사회복무요원의 발에 휠체어 바퀴가 걸렸다. 휠체어를 탄 박위는 KTX에서 내리다 넘어졌다. 자칫 크게 다칠 수 있는 사고였다.
논란은 사고 이후 시작됐다. 박위가 낙상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CCTV를 확보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것. 사회복무요원이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며 현장에서 사과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러면서도 "발을 경사로 위에 올려놓은 것 자체로 화가 났다"고 회상했다.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자신을 도와주다 실수한 사람을 굳이 수많은 사람이 보는 곳에 공개할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박위는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박위는 왜 CCTV까지 공개하며 이번 일을 공론화했을까. 박위 자신이 아닌 이상 정확한 속마음을 알 수는 없다. 다만 그가 그동안 해온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몇 가지 심리는 짐작해볼 수 있다.
▲ 내가 겪은 세상이 진짜라는 믿음
박위에게 이 사건은 '누군가 나를 돕다 실수했다'는 사고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세상을 해석한다. 똑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과거 경험에 따라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가 달라진다.
박위는 2014년 사고 이후 휠체어를 타고 생활해왔다. 이후 유튜브 채널 '위라클'을 통해 장애인의 일상을 보여주고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활동을 장애 인식 개선과 인권 증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해 2022년 서울시 복지상 장애인 인권 분야 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박위에게는 비장애인이 쉽게 알지 못하는 위험이 수없이 보였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발 하나 잘못 디딘 사소한 실수지만,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사고가 된다. 박위는 CCTV를 보며 바로 이 장면을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말로 해서는 모른다. 직접 봐야 안다.'
CCTV는 누군가를 망신주기 위한 증거가 아니라 자신이 오랫동안 이야기해온 현실을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 돌봄 윤리와 '내가 알려야 한다'는 책무
여기에 일종의 책무감도 더해졌을 수 있다.
돌봄 윤리는 인간을 홀로 완결된 존재로 보기보다 서로 의존하고 돌보는 관계 속에서 바라본다. 누군가의 취약함을 알아차리고, 필요한 돌봄에 응답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박위에게 장애인의 안전 문제 역시 이런 관계의 문제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있다. 장애인 유튜버로 살아온 그에게 자신이 겪은 일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일로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알리지 않으면 다른 휠체어 이용자도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
문제가 개인의 불쾌함이 아니라 장애인의 안전이라고 받아들였다면, 공론화는 오히려 자신이 해야 할 일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 선의가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여기서 선의가 뜻밖의 함정이 된다. 도덕적 확신이 강해지면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도 강해지고,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선의는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되지만, 자신의 목적이 옳다는 확신 때문에 다른 비용을 놓칠 수도 있다.
'다른 장애인이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
목적만 놓고 보면 반박하기 어렵지만, 다른 문제에 대한 생각은 흐려질 수 있다.
사회복무요원은 박위를 도우려고 그 자리에 있었다. 사고는 고의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사과까지 했다. 박위는 수많은 구독자를 가진 유명인이고, 사회복무요원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개인이다.
사고 순간에는 박위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자였다. 하지만 CCTV를 유튜브에 올리는 순간 두 사람의 힘은 뒤집힌다. 신체적으로 약한 사람과 사회적으로 강한 사람이 같은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약자와 강자는 사람에게 영원히 붙어 있는 명찰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박위가 자신의 취약함에 집중하는 동안 자신이 상대에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까지는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 같은 CCTV, 전혀 다른 장면
박위와 대중은 똑같은 CCTV를 보고 전혀 다른 장면을 봤다. 박위가 본 건 어쩌면 '작은 실수가 장애인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가'였을 것이다. 반대로 많은 사람은 '장애인을 도와주던 사람이 실수 한 번으로 어떻게 곤욕을 치르는가'를 봤다.
박위가 그토록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비장애인이 모르는 장애인의 세계였다. 장애인이 얼마나 쉽게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하지만 대중에게는 장애인을 돕는 사람이 얼마나 쉽게 곤욕을 치를 수 있는지가 더 또렷하게 보였다.
이후 사과문에서 박위는 "저를 돕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를 제가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다"며 "생각이 짧았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도 박위의 이 문장일지 모른다.
▲ 공감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박위는 오랫동안 비장애인에게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을 한번 바라봐달라고 이야기해왔다. 계단과 문턱, 경사로가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생각해달라는 요구였다. 필요한 이야기다.
하지만 공감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내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봐달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자리로 건너가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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