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놀 곳 필요" vs "잠도 못 잔다"... 호찌민시 야간경제 딜레마

  • 소음·쓰레기·교통 혼잡 심각하면 조정·일시정지·종료 검토

호찌민시 1군에 위치한 카르멘 바 해당 매장은 자정을 넘긴 오전 1시까지 운영한다 사진김혜인 통신원
호찌민시 1군에 위치한 카르멘 바. 해당 매장은 자정을 넘긴 오전 1시까지 운영한다. [사진=김혜인 통신원]
베트남 호찌민시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야간경제를 확대하면서도 주민 생활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활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종료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밤거리의 활기를 새로운 관광·소비 동력으로 키우되 소음과 쓰레기, 교통 혼잡, 치안 문제로 주민과 충돌하는 상황은 제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7일(현지 시각) VnExpress 등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호찌민시 문화체육국은 야간경제 관련 결의안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에는 야간경제 활동이 법을 위반하거나 주민 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경우 관리기관이 상황을 검토하고 주민과 대화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관할 기관이 활동 조정이나 일시 중단, 종료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주거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야간경제 구역과 거리, 관광지는 지정 또는 시범 운영에 앞서 주민 의견을 듣고 사회적 영향을 평가할 방침이다. 검토 대상에는 운영구역과 업종, 영업시간뿐 아니라 소음과 쓰레기 처리, 교통 관리, 치안, 화재 안전 대책 등이 포함된다.

민원 성격도 구분한다. 화재와 사고, 폭력, 안전 위험은 긴급 사안으로 보고 장기간 이어지는 소음과 대량의 쓰레기, 교통 체증, 주민과의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는 심각한 사안으로 분류한다. 해당 지역의 동·읍급 인민위원회가 민원을 직접 접수하고 사업자와 주민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면 대화와 중재에도 나선다.
 
"길거리 술판은 야간경제 아냐"…3월부터 강조한 '도시 품격'
푸꾸옥 시내에 위치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펍 자정이 넘긴 시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김혜인 통신원
푸꾸옥 시내에 위치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펍. 자정이 넘긴 시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김혜인 통신원]
이번 초안은 야간경제를 단순한 심야 식음료 영업이 아니라 문화와 관광, 상업을 결합한 별도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호찌민시의 기존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앞서 지난 3월 19일 응우옌 반 득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은 1군 관계자와의 회의에서 "1군의 보도에서 무분별하게 맥주를 마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고 도시 이미지를 훼손하며 야간경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1군은 호찌민시 최대 여행자거리 부이비엔이 포함된 곳이다.

그는 야간경제를 길거리 음식과 술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득 위원장은 "야간경제는 현대적이어야 하며 문화 공간을 만들고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음식과 주류가 포함될 수는 있지만 즉흥적이고 관행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1군은 문화·상업축과 녹지축, 수변축을 중심으로 야간경제 계획을 마련하고 있었다. 득 위원장은 사이공강을 따라 바손교에서 냐롱부두까지 이어지는 지역과 응우옌후에 거리, 레러이 거리 등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호찌민시는 이미 응우옌후에와 부이비엔 여행자거리 등 음식거리와 상권을 중심으로 야간경제가 형성돼 있다. 다만 지역과 업종별로 개별적으로 성장하면서 통합된 관리체계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관광 소비 측면에서는 야간경제의 비중도 적지 않다. 호찌민시개발연구원 조사에서는 해외 관광객의 86% 이상이 식당을 이용했고 약 62%는 펍과 바, 약 45%는 카페를 찾았다. 해외 관광객 1명이 야간 활동에 쓰는 금액은 평균 약 50달러로 조사됐다. 반면 기반시설과 치안 문제는 숙제로 남아 있다. 주차장과 공중화장실, 효율적인 쓰레기 수거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조사 대상 사업자의 약 24%는 강도와 싸움 등 범죄 문제를 우려했다.
 
"활기냐 소음이냐"…주민·관광객 사이 엇갈린 시선

야간경제를 둘러싼 시민 반응도 엇갈린다. 일부 누리꾼은 부이비엔과 같은 밤거리가 사라지면 늦은 시간 활동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의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며 일정 수준의 소음과 혼잡은 감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한 누리꾼은 야간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어느 정도의 소음은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핵심은 '활기'와 '주민 방해' 사이의 균형이라고 주장했다. 소음과 쓰레기, 치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면 경제 활성화와 주민의 평온한 생활 가운데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야시장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휴일마다 몰려드는 인파와 고성, 쓰레기, 오토바이 소음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별도의 유흥·관광구역을 조성해 주거지역과 분리해야 한다거나 단순히 영업을 중단하기보다 소음과 조명 등에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호찌민시도 초안에서 야간경제 공간을 문화와 창조산업, 유산, 관광, 현대적 서비스와 연계하면서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주민 피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지정 단계부터 주민 대표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호찌민시가 추진하는 야간경제의 핵심 과제는 밤거리의 소비와 관광 수요를 살리면서 주민 생활권을 침해하지 않는 운영 기준을 만드는 데 있다.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활기를 유지하되 소음과 쓰레기, 교통·치안 문제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실제로 조정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작동하느냐가 제도 정착의 관건으로 남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