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가 전 세계 금융시장의 레버리지가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경고했다. 프라임 브로커리지, 헤지펀드, ETF, 국채 차익거래 등 곳곳에 숨어 있는 차입이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언제든 폭발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물론 2008년식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치가 높은 건 사실"이라는 그의 말은, 지난 두 달 한국 증시가 겪은 롤러코스터를 지켜본 이들에게는 예언이라기보다 뒤늦은 진단서에 가깝다.
한국은 이미 그 경고가 현실이 되는 과정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도입된 지 두 달 만에 코스피는 사상 최다 서킷브레이커 발동과 역대급 낙폭, 그리고 하루 만에 17%를 넘게 치솟는 극단적 반등을 모두 경험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목된 단어는 하나였다. 레버리지다. 실적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지수가 무너진 것은, 상당 부분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등 차입 매매의 기계적 청산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국내외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다이먼의 경고에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이 중국처럼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의 급변, 그 과정에서 불거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 논란 등을 짚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레버리지 투자자의 손실 데이터가 맞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핵심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한국 증시의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다. 이 과정에서 정책에 대한 시장 신뢰 훼손이 불거졌다는 게 블룸버그 보도의 취지다.
문제는 이런 경고에 대한 정책당국의 태도다. 청와대 정책책임자는 증시 변동성의 원인을 "개인 투자자들이 역동적으로 투자하는 시장 특성"이라고 표현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개인 거래 비중이 높은 것이 변동성 요인의 하나인 건 맞지만, 그 개인들이 감당하기 힘든 레버리지 상품에 손쉽게 접근하도록 만든 것은 시장이 아니라 정책이었다. 이어 블룸버그 보도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한국 증시는 견조하다"며 반박 자료부터 냈다. 증시 호황기엔 '플레이어'로 참여했던 정부가, 급락기엔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친다는 게 시장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양약고구(良藥苦口)'라 했다. 블룸버그와 다이먼의 메시지에서 걸러낼 것도 있지만, 새겨들어야 할 것도 분명히 있다. 레버리지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하락장에서는 손실과 변동성을 함께 부풀린다. 이 단순한 원리를 모르는 정책 담당자는 없을 것이다. 그 위험을 알면서도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왜 시장에 풀어놨느냐는 게 지금 논란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데이터가 틀렸다"는 대응에 앞서 "왜 이런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가"를 스스로 따져 물었어야 한다. 서킷브레이커가 역대 최다로 발동되는 한국 증시를 두고 해외에서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외부의 지적에도 K-증시는 건강하다'고 말하는 게 설득력이 있겠는가.
다이먼의 경고와 블룸버그의 지적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레버리지의 위험성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레버리지가 언제든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상시적으로 갖추라는 것이다. 그 경고음을 흘려들어선 안된다. 그게 지금 정책당국이 견지해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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