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2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과 러시아가 같은 고민에 빠졌다. 바로 미사일 부족이다. 냉전 이후 압도적인 군사력을 과시해 온 두 강대국이 정작 충분한 미사일을 확보하지 못해 전쟁 수행을 걱정하는 모습은 전쟁에서 산업 생산 능력의 중요성을 재차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미국의 무기 재고가 충분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수급이 좀 빠듯한 무기들도 있다"며 일부 무기의 재고 부족을 시인했다. 현재 미국은 이란전쟁과 우크라이나 지원 과정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패트리엇·사드 요격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등을 대량 사용하면서 주요 요격 무기의 재고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냉전 후 미국의 방산 인프라가 상당히 줄어든 가운데 무기 재고를 단기간 내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우크라이나가 저렴한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 후방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면서 러시아가 이를 막기 위해 방공미사일을 대량 소모하고 있지만 생산이 소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백만 달러짜리 요격미사일을 생산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리지만 이를 소모시키는 드론은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첨단 무기의 시대가 열렸지만 전쟁은 여전히 '소모전'이라는 오래된 본질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역사적으로 낯설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패 역시 첨단 무기가 아니라 생산 능력이 갈랐다. 미국은 전쟁 기간 중 1천척 이상의 군함을 건조했고, 이를 바탕으로 태평양 전선에서 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소련의 T-34 전차 역시 같은 사례다. 당시 나치 독일의 판터 및 티거 전차는 성능에서 앞섰지만 생산 속도에서는 T-34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소련은 설계를 단순화하고 공정을 줄여 생산 시간과 비용을 크게 낮춘 T-34 대량 생산 체계를 마련했고, 결국 수만대의 T-34를 앞세워 승리를 쟁취했다.
오늘날에도 이 공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드론과 정밀유도무기의 등장으로 생산 능력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값싼 드론 한 대가 수백만 달러짜리 요격미사일 한 발을 끌어내는 시대가 되면서 전쟁은 기술 경쟁을 넘어 산업 경쟁으로 변하고 있다. 연구개발보다 생산라인, 신무기 발표보다 공급망이 더 중요한 전략 자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한국산 무기를 선택한 이유는 성능만이 아니다. 필요한 시기에 대량으로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제조 역량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방산 경쟁력은 무기의 성능 못지않게 전시에 생산량을 얼마나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미국은 미사일 부족을 걱정하고,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을 들여온다. 최근 이 두 군사 강국의 상황은 국가 안보의 핵심이 최첨단 무기 개발만이 아니라, 그 무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 기반과 공급망을 갖추는 데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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