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은 단순히 좌석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시간 선택권'을 함께 구매한다. 버스가 하루 두 번만 다닌다면 많은 사람은 버스를 기다리기보다 다른 교통수단을 선택한다. 항공도 다르지 않다. 하루 한두 편의 운항으로는 출발시간에 민감한 기업 고객을 붙잡기 어렵고, 앞뒤 항공편을 연결해야 하는 환승 수요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힘들다. 환승 허브는 노선의 숫자보다 충분한 운항 빈도에서 출발한다.
파라타항공이 최근 인천~하노이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A330-200을 투입해 매일 한 차례 운항하고, 일반석과 함께 '비즈니스 스마트 클래스'를 운영한다. 첫 운항편은 만석을 기록했다. 기존의 다낭·나트랑 등 관광 노선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 출장 수요를 공략하고, 장기적으로 일본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환승 네트워크와 장거리 노선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항공사의 비전은 취항식의 구호가 아니라 재무구조와 지속적인 운항 실적으로 증명돼야 한다. 특히 '환승 허브'는 신생 항공사가 몇 개의 노선을 개설한다고 단기간에 만들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무엇보다 환승은 규모와 신뢰의 사업이다. 하루 한 편의 하노이 노선만으로 일본발 승객과 동남아 노선을 안정적으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 출발편이 조금만 지연돼도 연결편을 놓칠 수 있고, 대체편이 부족하면 승객의 일정 전체가 무너진다. 특히 기업 고객은 몇 만 원의 운임 차이보다 정시성, 운항의 지속성, 결항 시 대체편 제공 능력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파라타항공이 더욱 신중하게 살펴야 할 문제는 재무적 기반이다. 전신인 플라이강원은 양양공항을 기반으로 관광 융합형 항공사를 표방했지만 취약한 수요 기반과 자본 부족을 극복하지 못하고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위닉스는 2024년 플라이강원을 인수한 뒤 파라타항공으로 이름을 바꾸고, 인천공항 중심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회사의 이름과 거점공항이 달라졌다고 항공업의 자본집약적 속성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항공기는 운항하지 않는 동안에도 리스료와 정비비가 발생한다. 운항 초기에는 승무원과 정비 인력, 예약 시스템, 판매망과 공항 조업에 막대한 선투자가 필요하다. A330 같은 중대형 항공기는 좌석을 충분히 채우면 경쟁력이 있지만, 수요가 부족할 때는 손실도 빠르게 커진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위닉스가 인수대금 등을 포함해 파라타항공에 투입한 자금은 약 1100억원에 이르지만, 파라타항공은 다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위닉스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운 최대주주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파라타항공의 성장을 장기간 뒷받침할 새로운 자본과 전략적 투자자를 찾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어떤 투자자가 참여하느냐가 중요하다.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높여 지분을 되파는 데 초점을 둔 재무적 투자자만으로는 항공사의 초기 적자를 견뎌내기 어렵다. 항공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사업 기반, 추가 증자 능력, 장기간 손실을 감내할 의지를 가진 전략적 투자자가 필요하다.
투자자 역시 화려한 장거리 노선 계획보다 앞으로 필요한 현금 규모와 노선별 손익분기점, 기재 도입 속도와 철수 기준을 먼저 살펴야 한다.
파라타항공을 비롯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신생 항공사들은 전략의 순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우선 개별 노선의 수익성을 입증해야 한다. 첫 항공편의 만석은 좋은 출발이지만 취항 초기의 높은 탑승률이 연중 수익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비수기에도 적정 운임을 유지할 수 있는지, 기업 계약을 통해 반복적인 출장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지, A330의 많은 좌석을 안정적으로 채울 수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기재와 노선을 서둘러 늘리기보다 운항 신뢰를 쌓는 일도 중요하다. 규모가 작은 항공사는 항공기 한 대의 정비나 결항이 전체 운항망을 흔들 수 있다. 기업 고객에게 가장 매력적인 상품은 새로운 좌석의 이름이 아니라 약속한 시간에 꾸준히 운항하는 능력이다.
환승 전략은 자체 허브를 한꺼번에 구축하기보다 제휴를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초기에는 외국 항공사와의 인터라인, 공동운항, 수하물 연계 등을 활용해 부족한 네트워크를 보완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자체 항공기를 무리하게 늘리지 않고도 연결 수요를 시험하고, 실제 환승 수요가 발생하는 시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노선 역시 목표가 아니라 검증의 결과가 돼야 한다. 중·단거리 노선에서 현금흐름과 운항 안정성을 확보한 뒤 충분한 자본과 시장 데이터가 뒷받침될 때 진출해야 한다. 장거리 취항은 항공사의 위상을 높일 수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장거리 노선은 현금을 가장 빠르게 소진하는 사업이 될 수도 있다.
파라타항공은 실패한 플라이강원의 이름만 바꾼 항공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과거의 교훈까지 지워서도 안 된다. 플라이강원의 실패가 남긴 핵심 교훈은 지역공항의 한계만이 아니다. 충분한 자본과 안정적인 수익 기반 없이 외형을 먼저 확대하면 아무리 좋은 비전도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파라타항공의 새로운 도전은 응원받을 가치가 있다. 기존 저비용항공사와 다른 서비스를 제시하고 기업 고객과 새로운 국제수요를 개척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파라타항공에 필요한 것은 '제2의 에어프레미아'나 '인천의 새로운 환승 항공사'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다.
개별 노선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수익성, 한 번의 결항에도 전체 운항이 흔들리지 않는 대응 능력, 그리고 초기 적자가 이어져도 회사를 지탱할 수 있는 장기자본이 먼저다. 이러한 기반이 축적될 때 기업 고객과 환승객도 비로소 파라타항공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하늘에서는 목적지만큼 비행의 순서가 중요하다. 항공사 경영도 마찬가지다. 환승 허브와 장거리 노선이라는 높은 고도에 오르기 전에 재무 안정성과 운항 신뢰라는 활주로부터 다져야 한다. 환승 허브는 항공사가 선언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그 항공사를 믿기 시작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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