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ADR은 오는 10일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으로, 총 290억 달러(약 44조원) 규모로, 외국 기업의 첫 미국 주식 발행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AI 메모리 투자 열기를 미국 시장에서 직접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보다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으로 SK하이닉스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SK하이닉스에 직접 투자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사려면 미국 정규 거래시간이 아닌 시간대에 거래해야 했고,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비후원 ADR은 유동성이 낮아 매매가 제한적이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미국 상장을 통해 마이크론과의 할인율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6.2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마이크론은 최근 주가 조정 이후 7배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지난달 22일까지만 해도 11배를 웃돌았다.
디 저우 손버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공모는 한국 주식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투자자를 겨냥한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은 AI 메모리 사이클에 대한 직접적이고 마찰 없는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지수 편입 기대감도
미국 상장은 향후 지수 편입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나스닥100 등 주요 지수에 편입될 경우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의 매수 수요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의 운용자산은 4820억 달러에 달한다.
다만 메모리 산업 특유의 경기 변동성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가 급증할 때 가격과 이익이 빠르게 뛰지만, 공급이 늘어난 뒤 수요가 식으면 가격 하락과 재고 부담에 직면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불과 3년 전에도 수요 둔화로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면서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는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미국 상장은 차익거래 수요도 불러올 전망이다. 나스닥 상장 ADR과 서울 상장 주식 사이에 가격 차이가 발생하면 헤지펀드들이 이를 활용한 거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와 TSMC의 미국 상장 과정에서도 비슷한 거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 ADR과 한국 상장 주식 간 전환이 자유롭게 허용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전환이 자유로우면 두 시장의 가격 차이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지만, 제약이 있을 경우 미국 ADR이 지속적으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
실제 TSMC의 경우 ADR이 대만 현지 주식 대비 지난 1년간 평균 21% 넘는 프리미엄에 거래됐고, 현재도 약 13%의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SK하이닉스 ADR이 AI 투자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 포레스트 보케캐피털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 분야에 아직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며 "SK하이닉스가 시장에 나오면 아직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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