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메모리 장기 공급계약에서 가격 상한선을 없앴다고 대만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이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 국면에서 경쟁사보다 더 큰 가격 상승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고객사와 체결한 장기공급계약(LTA)에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기 계약 시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는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과는 다른 전략으로, SK하이닉스가 현재 시장에서 가격 상한선 없는 장기 공급계약을 운영하는 유일한 메모리 제조업체가 됐다고 디지타임스는 전했다. AI 수요 확대에 맞춰 장기 고객 물량을 확보하면서도, 현물 가격 상승분을 계약 가격에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통상 메모리 장기계약은 고객사의 물량 확약을 받는 대신 공급사가 가격 상한선을 둬 이익폭을 일부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계약 기간을 늘려 고객 수요를 장기적으로 묶어두면서도 가격 상한은 두지 않아 향후 가격 상승 사이클에서 수익 탄력성을 확보했다고 디지타임스는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기존 1년 수준이던 장기 공급계약 기간을 3~5년으로 늘려 장기 수요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전날 한국투자증권이 발간한 리포트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언급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마이크론의 전략고객계약(SCA)을 분석하면서 SK하이닉스는 가격 상한 없이 가격 하한만 두고 있으며 LTA 계약 기간이 고객별로 3~5년 수준으로 길어지고 있다며, 이는 메모리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마이크론은 장기계약에서 가격 상한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5일 공개한 16건의 전략고객계약(SCA)에서 기존 제품 가격 상한을 2026년 2분기 시장가격에 연동하도록 설정했다. 이를 두고 일부 시장에서는 마이크론이 향후 가격 상승 여지를 제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마이크론은 계약상 가격 하한선을 과거 메모리 호황기 수익성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설정해 수익성 방어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의 과거 매출총이익률 고점은 약 62%였지만, 최근 분기에는 84.9%까지 높아졌다. 계약상 하한 가격이 적용되더라도 과거 최고 호황기보다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모건스탠리의 조셉 무어 애널리스트는 계약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가격 상한보다 계약 기간이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매출총이익률이 이미 90%에 근접하고 있으며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고객사들이 일정 수준의 가격 보호 장치를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타임스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서로 다른 계약 전략이 모두 AI 수요 확대 흐름 속에 메모리 선두 업체들의 협상력 강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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