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님, 우리 아파트도 빨리 재건축해주세요!”
준공 47년 차 은마아파트가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자 강남구 재건축 단지 일대에 이 같은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은마가 빠르게 인허가 문턱을 넘자, 다른 노후 단지 주민들도 행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모습이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구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 인근에는 신속한 재건축 추진을 바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에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시즌2 적용 첫 사례 은마아파트 사업시행인가”라는 문구와 함께 “우리 아파트도 빨리 재건축해주세요”라는 요청이 담겼다.
현수막 하단에는 특정 아파트 단지명이 아니라 ‘강남구 주민 일동’이라고 적혔다. 개별 단지의 민원이라기보다 재건축을 기다리는 강남구 노후 단지 주민들의 기대감이 현수막으로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분위기에는 은마아파트의 사업시행계획 인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마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정비계획 변경 고시 이후 약 7개월 만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통상 사업시행계획 인가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사례가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다.
서울시는 은마 재건축을 신속통합기획 시즌2 첫 적용 사례이자 핵심 공급전략사업으로 선정해 공정관리에 나섰다. 관계기관 협의를 병행하고 공정촉진회의를 통해 쟁점을 사전에 조율하면서 정비사업 단계별 표준 처리기한보다 약 1년을 단축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강남구도 재건축 사업 전담 조직인 ‘강남 재건축 신속화합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인허가 절차를 지원했다. 은마아파트 사업시행계획 인가는 지난 5월 22일 신청 이후 관계부서·기관 협의와 주민공람 등을 거쳐 법정 처리기한보다 33일 앞당겨 처리됐다. 강남구는 이를 민선 9기 첫 재건축 사업시행계획 인가이자 구청 내 최단 처리 사례라고 밝혔다.
강남구에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103곳으로, 이 가운데 재건축 사업장만 53곳에 달한다. 은마 사례가 단일 단지의 인허가 성과를 넘어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기대감을 자극하는 이유다.
다만 은마의 속도가 행정 지원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조합도 사업시행계획 인가 이후 절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해 왔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사업시행계획 인가에 맞춰 관리처분 절차도 미리 준비해 왔다”며 “종전자산평가를 이미 신청했고, 이달 조합원 주택조사를 마친 뒤 가을에는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말에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위한 총회를 개최하고 외부기관 심의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내년 이주를 목표로 후속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은마아파트는 이번 인가에 따라 대치동 316번지 일대에서 지하 6층~지상 49층, 29개 동, 5850가구 규모 대단지로 재건축된다. 공공임대 909가구와 공공분양 195가구도 포함된다.
정비업계에서는 은마 사례가 다른 강남권 재건축 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행정 절차를 병행 처리하고 조합이 후속 절차를 미리 준비할 경우 인허가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선례가 됐기 때문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은마는 준공 47년 차 강남 재건축의 상징성이 큰 단지인 만큼 사업 속도가 빨라진 것 자체가 다른 단지들에 자극이 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단지별로 조합 내부 상황, 권리관계, 사업성, 공공기여 조건이 달라 은마 사례가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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