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해병대 연평부대를 방문해 선택적 모병제 도입 구상을 다시 밝혔다. 징집병 규모를 줄이고 충분한 보수를 받는 장기 직업군인과 단기 의무복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인공지능(AI)과 드론, 무인체계 중심으로 급변하는 미래 전장에 맞춰 군을 전문화하고, 군 복무가 청년들의 경력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선택적 모병제를 둘러싸고 찬반이 엇갈릴 수는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병역제도 개편 논의 자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병역제도를 떠받쳐 온 인구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출생아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병역 대상 자원도 그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병력 규모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병역자원이 줄어드는 현실을 외면한 채 과거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
전쟁 양상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병력 규모가 군사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첨단기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가 전투력을 좌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에서도 드론과 정밀유도무기, 인공지능 기반 정보체계의 위력이 확인됐다. 병사 숫자보다 숙련된 전문 인력과 첨단 장비 운용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우리 군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병력보다 첨단 장비를 운용하고 유지할 전문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해지고 있다. 군 복무가 단절의 시간이 아니라 전문성을 키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장기 복무를 선택한 군인이 충분한 처우를 받고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다면 군 전력은 한층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병역제도는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휴전선과 북방한계선(NLL)을 지켜야 하고,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군사적 긴장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병력 공백이나 전투력 약화를 초래하는 제도 개편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 부담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직업군인을 확대하려면 그에 걸맞은 급여와 복지, 주거 지원 등이 뒤따라야 한다.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 장기 복무를 유도하려면 민간과 경쟁할 수 있는 처우를 갖춰야 하는 만큼 국가 재정에도 작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충분한 재원 마련 없이 제도만 도입하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병역의 형평성도 중요한 과제다. 누군가는 장기간 복무하고 누군가는 단기간 복무하는 구조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병역은 국민 모두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의무인 만큼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해서는 갈등만 키울 수 있다.
선택적 모병제를 비롯한 병역제도 개편은 어느 한 정부의 공약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 안보를 좌우할 국가 전략이다. 국방부와 군, 국회,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병력 규모와 재정, 안보 환경, 미래 전장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보다 국가안보를 우선하는 초당적 논의가 필요하다.
병역제도의 목적은 제도를 바꾸는 데 있지 않다. 국가를 지킬 수 있는 군을 만드는 데 있다. 인구는 줄어들고 전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병역제도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떤 제도를 선택하든 흔들려서는 안 될 원칙이 있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병역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변화는 현실에 기초해야 하며, 무엇보다 국가안보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방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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