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겪는 사람이 직접 문제를 푼다.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의 전사 인공지능(AI) 전환의 핵심 원칙으로 내세운 문장이다. 마이리얼트립은 특정 개발 조직이나 일부 전문가만 AI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업 구성원 누구나 AI를 활용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AI 네이티브(Native)' 조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은 2024년부터 사내 AI 컨설팅 조직 'AI랩'과 내부 실험 프로그램 'AI 챔피언 제도'를 운영하며 서비스와 업무 실행 방식 전반에 AI를 도입해 왔다. 실무 온보딩(적응)과 학습비 지원은 물론 AI 도구를 무제한 제공하며 전 직원의 AI 활용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 마케팅·영업·재무 등 다양한 직군의 구성원이 개발 지식이나 기술적 장벽에 얽매이지 않고 AI를 활용해 서비스 개선과 업무 자동화를 직접 추진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기반 항공권 탐색 서비스 '럭키글라이드'다. 여행 날짜는 유연하지만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 고객 수요를 발견한 마케터가 직접 초기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면서 서비스 개발이 시작됐다. 과거라면 개발 조직에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구현을 기다려야 했지만, AI를 활용하면서 현업 담당자가 직접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
마이리얼트립은 이같은 변화를 바탕으로 AI를 특정 직군의 기술이 아닌 모든 구성원의 업무 도구로 확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업무 개선이 필요할 경우 개발팀에 요청하고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는 담당자가 AI를 활용해 빠르게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바뀌었다.
조직 변화의 연장선에서 기존 개발·기획·디자인·데이터 직군을 아우르는 '프로덕트 엔지니어(PE)' 직무도 신설했다. 단순한 직무 통합이 아니라 한 사람이 기획부터 구현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며 고객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는 '문제 종결자'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다.
실제로 마케터가 코드를 작성하고 디자이너가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구성원들이 자신의 기존 역할을 넘어 다기능적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은 AI 활용 문화가 조직 전반에 정착했다고 판단해 지난 5월 AI랩 운영을 약 2년 만에 종료했다. 별도의 전담 조직이 AI 활용을 이끄는 단계를 넘어, 각 구성원이 스스로 AI를 업무 과정에 적용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이러한 성과를 전 세계에 공개하기도 했다. 허원진 마이리얼트립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11일 앤트로픽이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글로벌 개발자 콘퍼런스 '코드 위드 클로드: 익스텐디드'의 연사로 무대에 올라 프로토타입을 실제 서비스로 전환하는 AI 워크플로우 구축·배포 방법을 발표했다. 마이리얼트립이 AI 네이티브 조직으로서 실제로 어떻게 움직여왔는지도 소개했다.
마이리얼트립은 올해 AI 전환(AX) 목표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기존에 전 구성원의 AI 리터러시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부터는 AI를 활용해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단계로 방향을 전환했다. 성과 평가 항목도 달라졌다. 시작부터 AI를 기본값이자 핵심 엔진으로 두는 AI 네이티브니스를 포함해 AI 활용을 통한 생산성과 사업 임팩트를 함께 측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PE가 3주 동안 영업·고객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세일즈랩'을 시작했다. 제품을 만드는 구성원이 고객을 만나는 과정까지 경험하며 현장의 문제를 직접 확인하고, 이를 다시 제품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한 실험이다.
마이리얼트립 관계자는 "제한된 인력과 자원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일수록 AI를 얼마나 빠르게 조직 전반에 녹여내느냐가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업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실무자가 직접 AI를 통해 해결책을 만들면서 내부 효율화뿐 아니라 고객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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