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부실기업 상장폐지 절차를 7월1일부터 대폭 강화한다. 한계기업들에는'퇴출 쓰나미'가 닥칠 전망이다. 생존을 위해선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법무법인 광장 상장폐지 대응팀은 "이번 제도 개편을 단순한 규정 강화가 아니라 시장이 기업에 요구하는 기준 자체가 바뀌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단기적인 주가 관리나 형식적 요건 충족으로 시간을 버는 방식보다 평소 기업가치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관리하는 기업만 살아남는 구조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광장 상장폐지 대응팀 조준우·박현수 변호사를 최근 만나 한계기업의 생존 방법을 들어왔다. 이 팀은 금융규제, 자본시장규제, 회계감리, 기업자문, 송무, 도산, 형사 등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전담 조직이다. 한국거래소 단계부터 수사기관, 법원 소송까지 종합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과거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무효화한 대표 사례인 감마누 사건도 맡았다.
"관리종목 낙인 찍히면 늦다…병합·감자는 근본 처방 아냐"
오는 7월 1일부터 상장폐지를 결정짓는 시가총액 요건과 주가 연속성 요건이 강화된다. 기존에는 90거래일 중 누적 30일만 기준을 넘기면 됐지만 앞으로는 주가 1000원 미만 상태가 30거래일 지속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이내 연속 45거래일 동안 기준을 회복해야 한다. 시가총액 퇴출 기준 역시 코스피는 300억원(내년 500억원), 코스닥은 200억원(내년 300억원)으로 높아진다.이어 "한 번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매매거래가 정지되면 시장에서 낙인 효과가 발생한다"며 "그 시점부터는 외부 전문가를 투입하더라도 단기간에 주가를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금 유치, M&A(인수합병), 신사업 발굴, 주주 환원 확대 등 본질적인 기업가치 향상(밸류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현수 광장 변호사는 "이미 문제가 벌어진 다음에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평소 컴플라이언스를 철저히 하고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미리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감마누 이후 달라진 시장…"사후 구제보다 선제 관리 시대"
광장은 이번 상장폐지 강화 기조를 2018년 상장폐지 결정을 법원 판결로 뒤집은 감마누 이후 이어진 제도 변화의 연장선으로 해석했다.박 변호사는 "2007년 충남방적 사건 등은 약관 조항 자체가 무효가 된 경우인 반면 거래소 규정에 따라 진행된 개별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법원이 재량권 일탈·남용을 이유로 무효 판단을 내린 것은 감마누가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감마누는 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인해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이에 광장은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재감사를 통해 적정 의견을 확보하면서 상장폐지가 뒤집혔다.
박 변호사는 "당시 기업심사위원회가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기업을 동시에 심사하면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회계 전문가 증인신문 등을 통해 성급한 퇴출 결정이었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거래소는 심사 운영 방식과 개선 기간 부여 범위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실기업 퇴출이 지연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최근 금융당국은 다시 시장 정화와 밸류업 기조에 맞춰 상장폐지 절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광장은 퇴출 강화와 절차적 정당성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근 셀피글로벌 사례 등에서 법원이 상장폐지 가처분을 인용한 것 역시 개선 기회가 충분히 보장됐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합리적인 개선 기회 없이 이뤄진 퇴출은 여전히 법원이 엄격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며 "상폐 대상 기업이 늘어날수록 사법심사 역시 더욱 정교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소 상장사 공시 오류 주의…"소송 아닌 통합 대응 시대"
광장은 특히 공시 조직과 인프라가 취약한 코스닥 중소 상장사들의 리스크 확대를 경고했다.조 변호사는 "코스닥 기업들은 경영진과 최대주주의 변동이 잦고 인력 이탈이 많아 전문 공시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고의성이 없더라도 공시 의무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규정을 잘못 해석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봤다. IT나 제조업처럼 계절성이 큰 업종은 반기 실적만 보면 부실해 보이는 착시가 발생할 수 있어 향후 실적 회복 가능성을 거래소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 역시 외부 자금 유치와 본질적인 가치 향상 노력을 법률적 관점에서 증명하는 대응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광장 대응팀은 "정부의 시장 정화 및 밸류업 정책 방향에는 공감한다"며 "기업의 명운이 걸린 사안인 만큼 거래소 대응, 금융·회계 감리, 회생, 형사 이슈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초기 단계부터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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