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를 방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과 모로코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2027년 중반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여 본부장은 16일(현지시간) 공개된 현지 온라인 매체 헤스프레스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모로코가 실무그룹을 구성하고 연내 공식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 본부장은 모로코가 2030년 월드컵을 앞두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협정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EPA가 체결되면 2~3년 안에 교역 확대와 한국 기업 투자 증가, 양국 간 인적 교류 확대 등 구체적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 본부장이 협정 체결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현재 모로코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는 "현재 환경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경쟁할 수 없다"며 "한국 기업들은 정말 큰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한국 기업들이 모로코를 유럽 수출용 생산기지로 활용하려 해도 한국산 부품과 장비, 소재에 부과되는 관세가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품목에는 최대 30%의 비특혜 관세가 적용되는 반면, 유럽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기업들은 같은 투입재를 무관세 또는 낮은 관세로 들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한국 기업이 모로코에 투자한다고 말하더라도 상업적으로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며 관세와 투자, 정부조달 등을 포괄하는 CEPA가 경쟁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중국과 인도,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한국의 대모로코 경제 협력이 뒤처져 있다고도 평가했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모로코에서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해왔고, 현재 중국의 대모로코 교역 규모는 한국의 약 9배에 달한다. 인도 역시 한국보다 큰 교역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일본은 이미 모로코 내 산업 기반을 더 안정적으로 구축한 상태다.
다만 여 본부장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로템이 2025년 모로코 국영철도로부터 15억 달러(약 2조2700억원) 규모 열차 공급 계약을 수주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기회가 수백 건 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은 경쟁국 기업들보다 더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하고 더 빠르게 움직인다"며 “정해진 시간과 예산 안에서 결과물을 낸다는 평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분야 협력 가능성도 거론됐다. 여 본부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모로코 내 리튬 정제시설 건설을 위해 진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모로코가 유럽과 북미, 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전략적 입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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