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보] 트럼프, 중동 확전 급한 불 껐지만…종전 협상 여전히 '미궁'

  • 이란·이스라엘 교전 중단…양측 모두 재공격 가능성 경고

  • 후티 반군 가세에 해상 긴장 고조…이란, 홍해까지 압박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압박해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추가 확전은 일단 막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레바논 문제를 둘러싼 미·이스라엘 간 균열이 드러난 데다 미국의 해상 봉쇄와 이란의 해상 교통로 압박까지 이어지면서 종전 협상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비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아주 곧 혼자 남게 될 거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비비'는 네타냐후 총리의 애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걸프 지역 5개국으로부터 네타냐후 총리에게 공습 중단을 압박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이 나라들은 아주 걱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협상해 온 합의안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이 미국 측에 연락해 "(우리는) 공격을 더는 하지 않을 것이며 이스라엘에 (이란) 공격을 더 하지 말라고 말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과의 공방을 이어 가며 미국이 추진 중인 종전 협상을 위태롭게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건 셈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이번 무력 충돌은 이스라엘이 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습을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고, 양측의 공방은 8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상황이 전면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 공격 중단을 압박했다. CNN방송은 두 정상의 통화가 몇 시간 간격으로 다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결국 추가 공습을 중단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현재 이 전선에서의 공습은 당분간 중단된 상태"라며 "테헤란의 테러 정권이 타격을 받은 뒤 우리에 대한 공격을 멈췄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당초 이날 이란의 민감한 목표물 수십 곳을 타격하는 대규모 공습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실행됐다면 지난 4월 이후 최대 규모의 대이란 공격이 될 예정이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만약 그 테러 정권이 또다시 우리를 공격하는 실수를 범한다면 우리는 강력한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란의 추가 공격 시 재보복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란군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작전을 하루 만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고통스러운 대응을 가했으며 이란군의 작전 중단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군의 작전이 중지되지만 레바논 남부를 포함해 적들의 침략과 악행이 계속되면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압도적인 조치를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고 경고했다.
레바논 이견에 호르무즈 긴장까지…협상 변수 산적

하지만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레바논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 차이도 종전 협상의 변수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측의 이견이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싱크탱크 '보스 앤 바자르 재단' 에스판디야르 바트망헬리지 최고경영자(CEO)는 이란이 레바논 문제를 통해 미국의 안보 약속이 신뢰할 만한지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은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뒷마당에서 이스라엘을 억제할 수 있는지 보려 한다"며 "트럼프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이란과의 합의도 이스라엘의 추가 방해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양측의 직접 충돌은 일단 진정됐지만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 또한 계속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오만만의 국제 수로를 통과해 이란으로 향하던 팔라우 국적 M/T 마리벡스호를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예멘의 후티 반군을 통한 홍해 장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중동 해상 교통로에 대한 압박을 확대하고 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에스마일 가아니 사령관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호르무즈 해협부터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페르시아만에서 홍해까지 새로운 저항의 안보 벨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내부에서도 강경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이끌고 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이날 "미국은 휴전도 추구하지 않고 대화도 추구하지 않고 있다"며 "이란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약속이나 구호에 의존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이란의 권위와 합리성을 바탕으로 설계된 승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전날 뉴욕에서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경기를 관람한 뒤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가 2~3일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매우, 매우 좋은 합의가 될 것의 마지막 국면에 있다"며 "그 합의는 어떤 방식으로도, 어떤 형태로도 이란의 핵무기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협은 즉시 열릴 것이다. 서명 즉시 열릴 것이며, 이는 2~3일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에도 합의 임박론을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이후 충돌이 다시 격화된 바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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