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할 작품이 없어요. 연극계에 남으면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우니, 좋은 작가들이 남지를 않아요."
연극계 전문가들은 9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연극 분과 3차 회의에서 창작 희곡 활성화를 위한 공모전 확대와 제작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체부 장관 직속의 자문위원회 연극 분과는 창작자, 제작자, 배우, 협회 등 현장 전문가들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구다.
배우 이기영 위원은 무대에 올릴 마땅한 작품이 없어, 고전에 집착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작품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며 "공연이 되더라도 작가료를 받기가 쉽지 않으니, 좋은 작가들이 연극계를 떠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공모전을 활성화해, 현장에서 선정작을 공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자꾸 고전을 끄집어내는데, 사실 이런 작품들은 시대적으로 맞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고 지적했다.
희곡 공모와 함께 제작사 공모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수로 위원은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품을 제작할 팀을 공개 모집하면 제작 활로가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극단 등 공공극장의 역할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정미 파크컴퍼니 대표는 "국립극장은 해외 고전이나 스타 마케팅 등 민간과 똑같은 제작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며 "공공극장의 작품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좋은 스텝과 배우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 외에도 참석자들은 창·제작, 극장, 관객 등에 대한 지원을 연계하는 통합 정책의 필요성과 함께 신규 사업들이 기존 지원사업과 중복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콘텐츠 인재들이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기영 위원은 "일본의 경우 영화 제작비의 50%, 최대 150억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며 "콘텐츠 업계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참여 중인 드라마의 경우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싱가포르와 협업에 나섰다"며 "우수한 연출가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했다.
문체부는 우선 장기간 공연될 수 있는 우수 작품을 육성해 연극 관객의 저변을 확대하는 방안을 도모할 계획이다. 또한 2027년 국내에서 25년 만에 열리는 ‘아시테지(ASSITEJ,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세계총회' 준비에도 속도를 낸다. 아시테지 세계총회는 아동·청소년 연극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행사로, 지난 2024년 쿠바 총회에서 한국 유치가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또한 같은 해에 7월 24일부터 8월 1일까지 국내외 35개 작품을 초청한 '국제공연예술축제'가 수원시 일대에서 예정된 만큼, 문체부는 아시테지 한국본부와 수원시 등과 함께 행사 개최를 지원할 계획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연극계의 가장 큰 부담이 대관료"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극 인프라의 확충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우선적으로 대관료 지원을 추진하는 쪽으로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코 무대를 민간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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