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아시아의 영성(Spiritual Asia) ⑥] 대종교의 3대경전, 천부경·삼일신고·참전계경

  • AI 시대에 다시 읽는 한민족의 삼대 경전

인류 문명의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문명마다 자신만의 경전을 남겼다. 경전은 단순한 종교 문서가 아니다. 그것은 한 문명이 우주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인간을 무엇으로 보았는지,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정신의 지도이자 문명의 설계도이다.
 
인도의 베다가 우주의 생성 원리를 노래하고 우파니샤드가 인간 내면의 신성을 탐구하며 바가바드 기타가 인간의 실천 윤리를 설명했다면, 한민족 역시 오랜 세월에 걸쳐 천부경과 삼일신고, 참전계경이라는 독창적인 정신문화의 유산을 남겨 왔다. 이 세 경전은 각각 다른 역할을 담당한다.
 
천부경은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고, 삼일신고는 인간과 하늘의 관계를 설명하며, 참전계경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우주와 인간과 삶이라는 세 축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민족의 삼대 경전은 하나의 완성된 세계관을 이룬다.
 
오늘날 인류는 인공지능 혁명이라는 거대한 문명 전환기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있으며, 로봇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고 있고, 알고리즘은 인간의 판단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욱 근원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주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놀랍게도 한민족의 삼대 경전은 수천 년 전 이미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탐구하고 있었다.
 
천부경, 우주의 설계도를 말하다
천부경은 모두 81자로 이루어진 짧은 경전이다. 그러나 그 짧은 글 속에는 우주의 생성과 변화, 순환의 원리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고 해석된다.천부경은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하나는 시작이면서 시작이 없는 하나라는 뜻이다. 우주의 모든 존재는 하나에서 비롯되었고 다시 하나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이는 우주 만물이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망 속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상을 보여 준다.
 
이어지는 "일석삼극무진본(一析三極無盡本)"은 하나가 셋으로 전개되어 만물이 탄생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삼극은 천·지·인 삼재를 의미한다고 본다. 하늘과 땅과 인간은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우주 질서를 이루는 세 축이라는 것이다. 천부경은 우주를 천국과 지국, 인간의 세계로 나누어 대립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하늘과 땅과 인간이 하나의 생명 질서 안에서 끊임없이 순환하고 조화를 이루는 존재로 이해한다. 이것이 바로 천지인 사상의 핵심이다.
 
천부경의 중요한 구절 가운데 하나로 널리 해석되는 것이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의 정신이다. 인간은 천지 사이에 존재하는 우주의 축이며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서양의 인간 중심주의가 인간을 자연 위에 두었다면 천부경은 인간을 천지와 함께 존재하는 존재로 본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늘과 땅의 뜻을 실현하는 존재인 것이다.
 
또한 "본심본태양(本心本太陽)"이라는 해석으로 전해지는 가르침도 매우 인상적이다. 인간의 본래 마음은 태양처럼 밝다는 뜻이다. 인간은 본래 선하고 밝은 존재이며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이 그 밝음을 가릴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훗날 삼일신고의 인간관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용변부동본(用變不動本)"의 정신 역시 천부경의 핵심을 이룬다. 만물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그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계절이 바뀌고 왕조가 바뀌고 문명이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우주의 근본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AI 시대에도 진리와 양심, 사랑과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천부경이 정확히 81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노자의 도덕경 역시 8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두 경전 사이의 직접적인 역사적 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아시아 사상 전통에서 81이라는 숫자가 완성과 순환을 상징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9는 양수의 극수이고 81은 9의 제곱이다. 하늘의 질서와 우주의 완성을 상징하는 수로 이해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천부경은 문자 그대로 한민족이 남긴 우주의 설계도라 할 수 있다.
 
삼일신고, 인간 안의 하늘을 말하다
천부경이 우주의 법칙을 설명했다면 삼일신고는 인간 안에 존재하는 하늘의 본성을 설명한다. 삼일신고는 전통적으로 천훈, 신훈, 천궁훈, 세계훈, 진리훈의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고 전해진다. 천훈은 하늘의 본질을 설명하고, 신훈은 신성의 의미를 설명하며, 천궁훈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설명하고, 세계훈은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의 구조를 설명하며, 진리훈은 수행과 깨달음의 길을 설명한다.
 
천훈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내용은 "천은 무형질하되 무소부재하니라"라는 가르침이다. 하늘은 형체가 없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하늘을 특정한 공간에 존재하는 신격이 아니라 우주 전체에 충만한 근원적 존재로 이해한 것이다. 인간은 그 하늘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늘의 일부로 살아간다.
 
신훈에서는 "성통공완(性通功完)"의 정신이 강조된다. 본성을 깨닫고 실천을 완성하라는 뜻이다.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동양 사상 전체를 관통하는 지행합일의 정신과도 연결된다.
 
천궁훈에서는 인간을 심·기·신의 존재로 설명한다. 마음이 바르면 기운이 바르고 기운이 바르면 몸도 바르게 된다. 결국 인간의 모든 문제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삼일신고는 인간이 우주를 바꾸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가르친다.
 
세계훈에서는 인간이 욕심과 분노, 어리석음에 사로잡힐 때 본래의 밝은 성품을 잃게 된다고 경고한다. 인간을 타락시키는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기 안의 욕망이라는 것이다. 진리훈에서는 그러한 욕망을 극복하고 본래의 밝은 성품을 회복하는 길을 제시한다. 결국 삼일신고는 인간 안에 이미 신성이 존재하며 수행과 실천을 통해 그것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경전이라 할 수 있다.
 
참전계경,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하다
천부경이 우주를 설명하고 삼일신고가 인간을 설명했다면 참전계경은 삶을 설명한다. 참전계경은 전통적으로 366사로 구성된다고 전해진다. 366이라는 숫자는 윤년의 날짜 수와 일치한다. 우리 조상들은 인간의 삶 역시 우주의 운행 질서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천부경의 81자와 삼일신고의 366자, 그리고 참전계경의 366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주 질서와 인간 질서를 연결하려는 상징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참전계경은 인간이 신성을 닮아가는 삶의 길을 제시한다.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충이다. 그러나 참전계경이 말하는 충은 권력에 대한 맹목적 복종이 아니다. 자신의 양심과 사명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또한 효를 강조한다. 효는 단순히 부모를 공경하는 차원을 넘어 생명 전체를 존중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신 역시 중요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면 공동체도 무너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참전계경은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힘 가운데 하나를 신뢰라고 본다. 용에 대한 가르침도 인상적이다. 참전계경이 말하는 용기는 무모함이 아니라 옳은 일을 위해 두려움을 이겨내는 힘이다. 독립운동가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었던 정신적 배경 역시 이러한 가치관에서 찾을 수 있다.
 
참전계경은 또한 절제와 정의를 강조한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절제해야 하며 공동체의 정의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오늘날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기술만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는 없다. 결국 인간의 양심과 책임이 필요하다. 참전계경은 바로 그 책임의 윤리를 가르치는 경전인 것이다.
 
AI 시대에 다시 읽는 하늘 정신
천부경은 우주의 법칙을 말하고, 삼일신고는 인간 안의 하늘을 말하며, 참전계경은 하늘을 닮아 살아가는 인간의 길을 말한다. 이 세 경전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천부경이 씨앗이라면 삼일신고는 줄기이고 참전계경은 열매이다. 우주를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한 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 귀결점은 결국 홍익인간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삶이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더욱 인간다워져야 한다. 기술은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진리와 양심, 사랑과 책임이다.
 
천부경과 삼일신고, 참전계경은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주는 무엇인가. 인간은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그 대답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하늘을 알고 자신을 알고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한민족의 삼대 경전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이유이며, AI 시대가 깊어질수록 더욱 소중해지는 이유이다. 진리와 정의와 자유는 언제나 기술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은 언제나 하늘을 향한 마음과 세상을 향한 책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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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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