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대 환율 장기화 조짐…구두개입에도 '약발' 안 먹혔다

  • 환율 올해만 18번째 1500원대 마감

  • 중동 리스크 완화에도 약세 흐름 지속

사진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원·달러 환율이 1510원대 후반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으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단기 변수였던 중동 리스크가 일부 완화되는 조짐에도 환율이 고점에서 버티면서 원화 약세가 구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11원 넘게 급등한 1517.2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2일(1519.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내내 달러 매수세가 우위를 보이며 환율은 뚜렷한 상방 압력을 받았다.

이번 상승세는 단순한 지정학 변수에만 기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확대됐고, 엔화 약세 흐름에 원화가 동조화되는 현상까지 겹치며 상승폭이 커졌다.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장 마감 직전 구두개입에 나섰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공동 메시지를 통해 “환율 움직임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필요 시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공개적인 경고성 발언은 지난달 2일 이후 약 50여일 만이다.

다만 이번에는 개입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구두개입 이후 환율 하락 폭은 2원 안팎에 그쳤고, 환율은 결국 1510원대 후반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어진 야간 거래에서도 상승 흐름이 유지되며 새벽 2시 기준 1517원대 수준을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신호’가 과거보다 약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환율 상승 압력이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단기적 메시지로는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환율 흐름은 이미 이례적인 수준에 들어섰다. 올해 들어 환율이 1500원대에서 종가를 형성한 날은 18거래일에 달하고, 장중 기준으로는 24차례 1500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1500원을 상회한 거래일이 2년간 14차례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은 단순 변동성을 넘어선 흐름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미국·이란 협상 관련 보도로 중동 리스크 완화 기대가 일부 반영됐음에도 환율이 1500원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점은 시장의 시각을 바꾸는 대목이다. 지정학 리스크가 완화되더라도 강달러 기조와 원화 약세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압력에 더해 외환시장 환경 변화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이 사실상 24시간 체제로 전환되면 환율 변동성은 지금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국내 장 마감 이후 환율 움직임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결정이나 물가 지표 발표 등 주요 글로벌 이벤트가 야간에도 실시간으로 환율에 반영된다. 시장이 ‘끊김 없이’ 움직이게 되는 셈이다.

유동성 측면의 리스크도 제기된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규장보다 거래량이 적은 야간 시간대에는 주요 이벤트나 역외 자금 유입에 따라 환율 쏠림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며 “새로운 시장 구조에서 변동성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의 환율 흐름은 단순한 일시적 상승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초입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환당국의 개입 효과가 약해지고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원화 약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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