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용산공원, 보다 넓고 깊게 살려내자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
최경호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경의선 철길 주변 지역의 변화는 놀랍다. 철도 지하화로 지상에 공원이 생기자 다소 황량했던 철로변 동네 분위기는 산뜻해졌다. 개성 있는 가게들이 들어선 아기자기한 골목길엔 별명들도 붙었다. 이제는 ‘둥지내몰림’을 걱정하게 된 지경이다. 새로운 산업·기술·문화의 변화는 이렇듯 도시 구조를 바꾼다.
 
용산공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한 세기 넘게 금단의 땅이었던 이곳은 기술 발전이나 개발동력 차원을 넘어 시민권 신장과 동북아의 지정학적 변화까지 맞물리며 변화의 계기를 맞이했다. 국가공원 조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20여 년의 공론화 과정과 2011년 수립된 종합기본계획 등 절차적 정당성에 터 잡았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며 우리의 공간과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겪으며 우리는 도시 안의 ‘오픈스페이스’가 휴식·위락뿐 아니라 물순환 네트워크 등 도시의 회복탄력성과 재난 방지 차원에서도 귀한 자원임을 깨달았다.
 
수도권 집중이 완화된 미래에는 공원의 가치가 더 클 것이라는 말도 설득력 있다. 한편 서울의 고질적인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이곳을 활용하자는 주장도 꾸준하다. 공원 내 많은 구역은 녹지가 아닌 군사시설이라는 점은 개발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다. 실제로 일부 지역은 고밀주택용지로 쓰는 것도 적합해 보인다.
 
이 두 입장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담장 밖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어떨까. 군사기지가 공원으로 개방된다면 도시의 끝자락과 같았던 주변 지역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막다른 접경지대’였던 곳들이 ‘핫플레이스와 숲세권’으로 바뀌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토지주가 기여한 바는 거의 없으나 변화의 양상은 경의선 숲길보다도 극적일 터다. 이미 서울 용산구 해방촌과 후암동 일대의 풍경은 20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에 더 적극 개입하고 재원을 확보하여 공원 내에 주택으로 개발한 만큼을 녹지가 부족한 곳에 ‘그린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데 보태는 것은 어떨까? 서울의 1인당 도시숲 면적은 21㎡이지만 생활권의 도시숲은 13㎡에 그친다. 먼 곳의 ‘덩어리 녹지’가 아닌 일상 가까이의 녹지는 여전히 적다는 말이다. 폭우·폭염과 회복탄력성 등을 생각하면 시가지 안에 그물처럼 이어지는 녹지·물순환망도 절실하다는 평가다.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이 긴요한 대목이다.
 
모든 논의에 앞서 첫 단추는 ‘토양오염 정화’다. 반환부지 곳곳에서 발암물질·중금속·유류 등 오염물질이 기준의 수십 배로 검출됐다. 다이옥신만 해도 어떤 곳은 34.8배나 나왔다. 본격 정화는 시작도 못한 채 흙으로 표면만 덮은 위해성 저감 상태에서 임시 개방된 구역도 넓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베스터파크(Westerpark)는 한 세기 가까이 가동된 석탄가스 공장 부지를 정화하며 오염토 처리 과정에서 탄소배출이나 2차 오염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식부터 공유했다.
 
결국 너무 오염이 심한 구역은 고심 끝에 수련 연못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직접 접촉을 막도록 했다. 미국 뉴욕 프레시킬스(Fresh Kills) 공원 사정도 비슷하다. 용산공원 역시 오염이 너무 심하다면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한들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 시야를 20년 전보다 ‘넓고’ ‘깊게’ 가져가야 할 이유다.

최경호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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