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호 한국축산식품학회 회장.[사진=한국축산식품학회]
최근 환경단체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한국인 1인당 육류 소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주도행 항공편을 21회 탑승한 것과 같다”는 주장은 대중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자극적 메시지였다. 밥상 위의 고기 한 점이 마치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주범인 것처럼 인식되면서 국내 축산업계는 환경 문제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교묘하게 뒤틀린 기준의 오류이자 과학적 사실을 외면한 억울한 누명임이 드러난다. 이에 필자가 속한 한국축산식품학회는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균형 잡힌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우리 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은 온실가스 산정 기준의 형평성이다.
해당 보고서는 축산물에 대해서는 사료의 재배와 제조, 유통, 가공, 도축,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의 탄소발자국을 긁어모아 1115㎏ CO₂-eq라는 수치를 도출했다. 반면 비교 대상이 된 항공편은 오직 비행기가 날아갈 때 연료가 연소하는 직접 배출량만 잣대로 삼았다. 공정한 비교가 되려면 항공 분야 역시 항공기 제조, 항공유 시추 및 정제, 공항 건설과 운영, 폐기 단계까지 포함한 전 과정 배출량을 대입해야 한다. 특정 산업에만 현미경을 들이대고 다른 산업에는 망원경을 들이댄다면, 축산업의 부정적 영향만 과도하게 부각되는 ‘통계적 착시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살펴보면 국내 축산업이 차지하는 실제 비중은 초라할 정도로 미미하다. 대한민국 전체 온실가스 총배출량 중 석탄발전과 가솔린 차량 등이 포함된 에너지 부문의 비중은 무려 86.9%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농업 전체는 2.9%에 불과하며, 그중 축산 분야의 직접 배출량은 고작 1.3% 수준이다. 전 세계 교통 분야 배출 비중(16.9%)과 비교해도 국내 교통 분야는 13.5%인 반면 축산은 교통 부문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총배출량의 87%를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의 책임은 외면한 채, 1.3%에 불과한 축산업을 기후위기의 핵심 원인처럼 지목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왜곡이다.
과학적 메커니즘을 무시한 단순 비교는 치명적인 오류를 낳는다. 가축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은 대기 중 탄소가 사료작물의 광합성을 통해 가축의 몸으로 흡수됐다가 호흡과 분뇨를 거쳐 다시 대기로 돌아가는 ‘생물학적 탄소순환(Biogenic Carbon Cycle)’의 일부다. 지구 전체 탄소 총량의 순환 구조 안에서 움직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교토의정서 체계에서도 가축 호흡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는 온실가스 산정에서 제외한다.
반면 항공기나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탄소는 수억 년 동안 지하에 갇혀 있던 화석연료를 인간이 꺼내 연소시키며 대기 중에 새롭게 축적되는 전형적인 화석 탄소다. 이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과학의 기본 요건을 망각한 처사에 가깝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축산업의 또 다른 진실은 바로 ‘자원순환형 산업’으로서의 가치다. 국내 축산업은 식품산업과 농산물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유기성 부산물을 흡수·재활용하며, 환경 정화기 역할을 하고 있다. 밀기울, 비지, 주정박, 대두박을 비롯해 사과나 오렌지 같은 과일 가공 부산물 등 그대로 두면 막대한 처리 비용과 환경오염을 유발할 폐기물들이 축산업을 통해 고품질 사료 원료로 재활용된다.
국내 사료업계가 한 해 동안 이러한 유기성 부산물을 사료 원료로 매입하는 금액만 무려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축산업이 없다면 이 막대한 폐자원들의 처리를 위해 지불해야 했을 비용과 그때 발생했을 온실가스는 고스란히 또 다른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됐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 축산업계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제적인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농가가 함께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를 확대하고 있고, 저메탄·저단백질 사료를 개발해 보급 중이다. 한우의 출하 월령 단축, 가축분뇨 바이오가스화 시설 확충 등 다각적인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취지 자체를 폄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단과 데이터는 과학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화석연료 소비와 에너지 구조 전환이라는 핵심 과제는 외면한 채 밥상 위의 고기를 죄악시하는 감정적 접근은 멈춰야 한다. 묵묵히 자원순환의 한 축을 담당하며 저탄소 기술 도입에 힘쓰고 있는 우리 축산 농가와 한우산업의 억울함은 이제 객관적인 과학의 눈으로 풀려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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