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생기자 원주민 떠났다…카이스트, '녹지 젠트리피케이션' 첫 실증

  • KAIST·국제 연구진, 아프리카 32개국 분석

  • 젠트리피케이션 지수 41% 상승 확인

젠트리피케이션 역설’을 실증적으로 규명한 조혜민 박사과정왼쪽부터 김승겸 교수 사진카이스트
젠트리피케이션 역설’을 실증적으로 규명한 조혜민 박사과정(왼쪽부터), 김승겸 교수 [사진=카이스트]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도입된 공원 조성·습지 복원 등 녹지·수공간 기반 기후적응 정책이 집값 상승과 인구 유입을 불러와 저소득층 원주민을 밀어내는 '젠트리피케이션 역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카이스트(KAIST)는 AI미래학과 김승겸 교수 연구팀이 북경대, 뉴욕상하이대 연구진과 함께, 아프리카 32개국 도시를 분석해 기후적응 정책이 도시 회복력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배제 압력을 유발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역설’을 실증적으로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카이스트 AI미래학과 김승겸 교수 연구팀이 북경대, 뉴욕상하이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아프리카 32개국 221개 도시권 5503개 행정단위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24년까지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 기후적응 시설 조성 지역의 종합 젠트리피케이션 지수가 비조성 지역보다 평균 4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시티즈에 지난달 13일 게재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은 환경 개선이 오히려 원주민 밀려남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도시 재개발이나 시설 투자로 지역 가치가 오르면, 경제적 취약계층이 높아진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기존 공동체에서 이탈하게 된다.
 
연구팀은 위성영상 분석과 사회·경제 데이터를 결합하고, 정책 시행 전후 변화를 비교하는 이중차분법을 적용해 기후적응 정책의 인과적 효과를 검증했다.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기후적응과 젠트리피케이션 간 인과관계를 대륙 규모로 실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 결과 기후적응 시설 조성 지역의 주택가격은 약 13% 상승했으며, 외부 인구 유입도 유의미하게 늘었다. 시민 보호를 위해 조성한 시설이 역설적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의 주거 불안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기후적응 정책이 단순한 인프라 구축 문제가 아니라, 혜택과 부담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의 '분배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지·수공간 확충에 그치지 않고 △토지 소유권 보호 △공공주택 공급 △개발이익 환수 등 주거 안정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승겸 교수는 "기후적응 정책은 도시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집값 상승과 인구 이동을 불러와 기존 주민들의 주거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앞으로의 기후 정책은 환경 개선뿐 아니라 취약계층 보호와 주거 안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의 'AI기반 기후-인간 상호영향 차세대 통합평가모델 개발' 과제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도시별 그린-블루 적응 지수와 젠트리피케이션 지수의 연평균 변화율 사진카이스트
도시별 그린-블루 적응 지수와 젠트리피케이션 지수의 연평균 변화율 [사진=카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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