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알루미늄 공급 불안이 길어지면서 국제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선물 가격 상승을 넘어 현물 부족 신호까지 켜졌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조달처를 중동 외 지역으로 돌리는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피해온 러시아산에도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구리를 알루미늄으로 대체하려던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2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알루미늄 시장의 공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알루미늄 3개월물 선물 가격은 4월 중순 한때 톤당 3672달러까지 올라 약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들어서도 350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닛케이는 이번 급등의 배경으로 중동산 알루미늄 공급 불안을 지목했다. 중동은 풍부하고 저렴한 천연가스 등을 활용해 전력 소모가 많은 알루미늄 생산에 주력해왔다. 지금은 세계 생산의 10%가량을 담당하는 주요 공급지다. 그러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알루미늄의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현물 부족 신호가 나타난다. 닛케이에 따르면 LME 알루미늄 시장에서는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높은 '백워데이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통상 금속은 보관 비용 때문에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다. 하지만 수급이 빠듯해져 당장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리면 현물 가격이 선물을 웃돌기도 한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집계 기준으로 LME 현물 가격에서 3개월물 선물 가격을 뺀 차이는 4월 13일 79.4달러까지 벌어져 2009년 6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5월 8일에도 현물 가격이 선물보다 약 60달러 높았다.
알루미늄 가격 강세는 다른 산업용 금속 시장으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구리는 재생에너지 설비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확대에 필수 소재로 꼽히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루미늄으로 구리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알루미늄은 구리보다 전도성은 떨어지지만, 케이블을 굵게 만들면 전선용으로 쓰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닛케이는 최근 알루미늄 가격 상승으로 이런 대체 효과도 약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통상 구리 가격을 알루미늄 가격으로 나눈 값은 4배 안팎에서 움직인다. 이란 공격 직전 4.2배였던 이 비율은 공격 이후 한때 3.5배까지 떨어졌고, 최근에도 4배를 밑돌고 있다.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하면서 구리 대비 '가성비'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혼마 다카유키 스미토모상사 글로벌리서치 경제부장은 닛케이에 "알루미늄 자체를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데다 가격상 이점도 약해지고 있어, 구리에서 알루미늄으로의 대체 흐름이 정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 불안이 길어지면서 일본 기업들의 조달 전략도 흔들리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 알루미늄 잉곳(괴)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알루미늄괴(합금 포함) 수입에서 중동산 비중은 30% 가까이 됐다. 중동산 수입 차질이 길어지면 자동차와 캔 소재 등 일본 제조업 전반으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 중동 외 지역으로 조달처를 돌리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피해온 러시아산 알루미늄에 다시 눈을 돌리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러시아 알루미늄 제조사 루살의 일본법인 AL플러스재팬 측은 닛케이에 "일본 제조업체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혼마 부장은 "러시아산 알루미늄 수입 확대는 유럽 국가들의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여러 나라와 거래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