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단전·단수' 이상민 항소심서 징역 9년…"위법한 지시 이행하며 내란 가담"

  • 서울고법, 원심 징역 7년 파기하고 형량 가중…"헌법 질서 파괴 가담 엄중 처벌"

  •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유죄 인정, 직권남용은 무죄 유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당시 소방청과 경찰청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고 내란 행위에 핵심적으로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았다.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3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장관의 선고 공판을 열어 원심에서 이 전 장관에게 내려진 징역 7년을 파기하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이 전 장관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 전 장관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공판에서 이 전 장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당일 경찰청과 소방청의 협조와 언론사 단전·단수가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조서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상 형사 공판 조서는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으며, 김 전 장관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며 이 전 장관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계엄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및 주요 언론사 봉쇄·장악 내용이 담긴 지시 문건을 직접 교부받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당시 특정 언론사의 단전·단수 조치를 언급한 사람은 피고인(이상민)이 유일하다"며 "피고인이 한덕수 전 총리에게 문건을 보여주며 행안부 조치 사항을 논의한 정황 등을 종합할 때 지시 문건을 수령하고 내란 행위에 가담한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MBC, JTBC, 한겨레, 경향신문 등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행위가 내란 주요임무 종사 혐의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앞선 공판에서 '우연히 본 문건이 궁금해 물어본 것뿐'이라는 이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소방청장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모순이 없으며, 당시 전후 문맥을 볼 때 경찰과 협력해 단전·단수를 이행하라는 지시로 판단된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행위였음을 피고인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며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은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한 것이며, 이는 정당 제도를 소멸시키려는 국헌문란의 목적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법정에서 '지시 문건을 받은 적 없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계엄 문건을 받는 것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증언한 부분에 대해서도 위증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집무실의 차분한 분위기와 피고인의 좌석 배치 등을 고려할 때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허위 진술의 고의를 인정했다.

다만 검찰이 항소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일선 소방서에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무죄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소방청장이 하달한 공문만으로는 구체적인 단전·단수 준비를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지시가 실제 결과에 기여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윤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전 장관을 크게 질타했다. 윤 부장판사는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과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로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며 "피고인은 행안부 장관으로서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좌하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함에도 오히려 위법한 지시를 이행하며 내란에 가담했다"고 강도 높게 꾸짖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가 위법함이 명백했음에도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점, 다수의 소방공무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은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원심이 내린 징역 7년을 파기하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원심보다 2년이 증가한 징역 9년을 선고받자 이 전 장관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퇴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항소심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으로부터 국회 등 주요 기관 봉쇄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당시 소방청장에게 경찰과 협력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론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다', '소방청장에게 협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등의 허위 증언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2월 1심은 이 전 장관의 주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앞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전 장관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앞서 1심에서도 특검팀은 똑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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