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국방비를 대폭 늘리면서도 소비세 감세와 보조금 지급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이례적인 재정 운용에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주요국들이 증세나 지출 삭감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대포도, 버터도’ 모두 취하는 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은 27일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전문가 회의를 출범시켰다. 이 회의를 무대로 연내 안보 3문서 개정을 추진하며, 드론·인공지능(AI) 활용 등 국방정책과 함께 국방비 증액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압박이 있다. 미국은 동맹국에 ‘핵심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인프라 등을 포함한 전체 안보 관련 지출을 5%까지 끌어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방비 총액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개별 예산을 합산하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한국, 호주 등이 잇따라 미국 요구에 맞춘 증액 방침을 내놓으면서 일본만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다카이치 정권은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기조로 소비세 감세 논의를 유지하는 한편,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대응을 명분으로 휘발유 보조금도 계속 지급하고 있다. 월 5000억 엔 수준으로 추정되는 지출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병행 조치는 없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감세·지출 확대에 우호적인 탓에 정치적 견제도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대포와 버터’ 논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선택이다. 군사비(대포)와 민생 지출(버터)은 한정된 재원을 놓고 경합하는 관계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총선 공약으로 내건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구상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사실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재정 지속성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2022년 안보 3문서 수립 당시 정부 자문기구는 국방력 강화의 전제 조건으로 ‘재정 기반의 안정성’을 명시하고, 시장 신뢰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방위연구소 오노 게이시 주임연구관도 닛케이에 “방위·재정·경제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 지출 확대를 넘어 방위 분야 스타트업 투자 등 생산성 향상과 연계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포도 버터도’ 전략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이 될지, 아니면 재정 건전성이라는 또 다른 안보 기반을 약화시키는 부담으로 돌아올지는 연내 안보 3문서 개정 과정에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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