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KT&G '1.8조원 자사주 전량 소각'…신사업 투자 계획도 제시해야

KT&G가 1조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대상은 1086만6189주, 전체 발행주식의 약 9.5%에 해당한다. 회사는 개정 상법 취지와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달 연간 배당금을 주당 6000원으로 올린 데 이어 이번에는 자사주 소각까지 결정했다. 시장이 즉각 반응할 만한 강도 높은 주주환원책이다.
 
자사주 소각은 가장 직접적인 주주환원 수단 가운데 하나다.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당순이익(EPS)과 주당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유통 주식 수 감소는 수급 측면에서도 주가에 긍정적이다. 한국 증시가 오랫동안 저평가의 늪에 빠져 있던 배경 중 하나가 과도한 현금 보유와 소극적 자본 배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KT&G의 결정은 시장 친화적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벌어들인 이익을 어디에 쓰고 있는가. 투자 명분 아래 쌓아두기만 한 현금, 낮은 배당, 활용 계획 없는 자사주는 더 이상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KT&G의 이번 결정은 국내 대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압박이 될 수 있다. 돈을 쌓아두는 기업보다 자본 효율성을 보여주는 기업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1조8000억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은 대형 인수합병(M&A), 해외 생산기지 확대, 신사업 진출, 연구개발 투자로도 쓰일 수 있다. 담배 산업은 전통 궐련 시장 축소, 건강 규제 강화, ESG 압박이라는 구조 변화에 직면해 있다. 결국 KT&G의 미래는 담배 판매량이 아니라 전자담배, 해외시장, 건강기능식품, 신성장 포트폴리오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주주환원은 강화됐지만 성장 서사는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자사주 소각은 한 번의 결단으로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미래 먹거리는 지속적 투자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가치는 단기 주가와 장기 성장의 균형 위에서 형성된다.
 
KT&G는 그동안 해외 궐련 사업 확대와 KGC인삼공사 등 비담배 포트폴리오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시장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숫자 이상의 청사진이다. 이번 소각 이후 주주환원 뒤에 어떤 성장 전략이 이어지느냐도 보여줘야 한다.
 
주주환원과 투자는 대립 개념이 아니다.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면서도 미래에 투자하는 기업이 가장 강하다. 문제는 순서와 설득력이다. 투자처가 불분명한 현금은 할인 대상이지만, 성장 전략 없는 환원 정책 역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
 
KT&G의 이번 결정을 성공으로 만들려면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 소각으로 높아진 시장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확장과 신사업 투자 계획을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주주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소각 공시가 아니라, 오늘의 환원이 내일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이다. 지금 KT&G는 그 시험대 위에 서 있다.

 
KTG 사진연합뉴스
KT&G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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