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의 심리렌즈] 김신영은 왜 13년 만에 다이어트를 놓았을까?

  • 44kg 감량 후 13년 체중 유지…MBC '나혼자산다'서 요요 근황 전해

방송인 김신영 사진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방송인 김신영 [사진=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김신영이 왜 13년 만에 다이어트를 놓았는지 묻는다면, 이미 본인이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그녀는 지난 10일 MBC '나혼자산다'에서 임종 전 故 전유성이 건넨 "먹고 싶은 거 먹고 살아"라는 말이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44kg 감량 후 13년 가까이 체중을 유지해온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중요한 건 전유성의 말이 정말 원인이었는지에 있다. 심리학에서 자기면허(self-licensing)는 오래 참고, 충분히 애쓰고, 힘든 경험이 쌓일수록 스스로에게 예외를 허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고인의 한마디는 흔들리고 있던 김신영의 마음에 붙은 허가장이었을 수 있다. 오래 절제하며 살아온 사람에게 "이제 편하게 살아도 된다"는 말은 위로이자 면죄부다. 더는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승인. "살찐 것도 나니까 사랑해야겠다"는 표현도 자기수용의 언어처럼 들리지만, 한편으로 더는 통제하지 않겠다는 해제 선언이다.

 
방송인 김신영 사진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방송인 김신영 [사진=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김신영에게 살찐 몸은 고통의 기억만 남은 몸이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테다. 방송은 오랫동안 그의 체형을 '친근함'과 '귀여움'으로 바라봐왔다. 김신영의 체형은 벗어나야 할 실패의 몸이 아니라, 대중이 익숙하게 알아보고 사랑하는 몸이었다.

날씬한 몸이 자기통제와 성취의 증거였다면, 통통한 몸은 미디어와 대중이 오랜 시간 승인한 김신영의 이미지와 연결돼 있다. 전자는 매일 긴장을 요구하고, 후자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요요 현상은 힘겹게 유지하던 자아에서 익숙한 자아로 되돌아가는 움직임일 수 있다.

 
방송인 김신영 사진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방송인 김신영 [사진=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몸은 건강할 수 있으나 정신은 건강하지 않았어요."

이 말에서 떠오르는 또 하나의 개념은 감정적 섭식(emotional eating)이다. 먹는 행위가 단지 허기를 해결하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가라앉히고, 예민함을 누그러뜨리고, 스트레스를 완충하는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김신영은 "다이어트 시절에는 예민했지만, 지금은 누가 발가락을 밟고 지나가도 화가 안 날 것 같다"며 한결 너그러워졌다고 밝혔다. 이런 사람들에게 다이어트는 식욕과의 싸움이 아니다. 위안과의 싸움이다. 그리고 그 위안은 배고픔보다 더 포기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감정적 섭식이 감정의 원인을 없애주지는 못할지라도.

 
방송인 김신영 사진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방송인 김신영 [사진=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이런 상황 속 가까운 이의 죽음은 식사, 수면, 소비, 자기관리처럼 일상을 떠받치던 감각을 통째로 뒤흔든다. 삶이 짧고 불확실하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는 순간, 절제는 미덕이 아니다. 유예다. 미련스러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전유성의 한마디는 이미 지쳐 있던 자기통제를 끝낼 수 있게 해준, 가장 강력한 문장이다. 몸은 되돌아가려 하고, 마음은 그걸 막아야 할 이유를 잃는다. 요요는 그 둘이 같은 방향으로 기울 때 온다.

그래서 김신영이 놓은 건 살이 아니라 운영 방식이다. 늘 절제하고, 관리하고, 성취한 상태로 남아 있어야 괜찮다는 자기 운영의 규칙. 사람은 날씬한 몸을 잃기 전, 그 몸을 유지하던 의미를 먼저 잃곤 한다.

 
방송인 김신영 사진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방송인 김신영 [사진=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사람 안 변해요."
"무슨 체질이 바뀐다 이러는데, 다 개똥철학입니다. 다시 돌아와요."
"13년 참으면 뭐해요. 3개월 만에 돌아옵니다."


김신영의 자조 섞인 유머는 공감과 웃음을 준다. 누군가는 합리화라고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김신영의 말에서 슬픔과 피로를 엿본다. 너무 오래 자신을 조여온 사람의 마음…

"살찐 것도 나"라는 문장은 망가진 자기관리의 고백이 아니라, 자신을 미워하지 않으려는 사람의 구조 신호일지 모른다. 한편으로 수긍 가는 멘트이기도 하다. 김신영의 도전과 성실함, 성취, 예쁜 마음까지 대중은 충분히 지켜봐왔기에.

이해할 수 있다. 잘 버틴 날에도, 무너진 날에도, 예민했던 시절에도, 조금 느슨해진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빛난다. 그리고 우린 그녀를 사랑할 것이다. 여전히 같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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