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나치 독일에 점령당한 역사적 아픔이 있는 유럽 발트해 국가 리투아니아가 오늘날 독일군 주둔 병력을 환영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등 러시아가 동유럽 국가들에 위협이 되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한 방편으로 독일군과 미군 등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신문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요리사 리우타우라스 체프라츠카스는 자국에 주둔하고 있는 독일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식당을 찾는 리투아니아인 손님들도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걱정한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독일군을 한 명이라도 죽인다면, (러시아가) 독일과 전쟁을 치르지 않겠느냐"면서 "(이 때문에)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같은 리투아니아인들의 반응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소국으로서 두려움을 보여준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주는 물론, 러시아의 맹방 국가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핵무기와 미사일 등을 차치하더라도, 인구 289만명(유럽연합 집계 기준)에 국군 1만4000명에 불과한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대군과 인원수만으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 주민들 사이에서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만으로 러시아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리투아니아인들은 침략당했던 역사에도 불구하고 독일군의 자국 주둔을 반기는 것이다. 독일 45기갑여단은 1945년 나치 패망 이후 해외에 파병된 독일 최초의 정규 전투여단으로 꼽힌다. 신문은 "동유럽에서 러시아의 공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45기갑여단은 내년까지 총 4800명 규모로 확대된다. 라우리나스 카시우나스 전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은 "이 여단은 강력하고 장비가 좋다"면서 "리투아니아에 제2 육군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독일군 파병 시작 이후인 2024년 12월 리투아니아 국방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현지 성인 대다수는 독일군의 자국 파병을 지지했다. 현지 TV 뉴스 앵커인 안드리우스 타피나스는 시청자들에게 독일군을 보면 맥주를 사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한 독일인 소령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행군하던 중 조깅하는 현지 시민을 만났는데 독일어로 '여기에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NYT는 "많은 리투아니아인에게 (1940년대) 나치 점령보다 1993년 철수한 구 소련 군대가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면서 "오늘날 리투아니아인들에게 독일은 민주주의 유럽을 대표하는 나라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고려하면 침략의 공포에 더 가깝다"고 보도했다.
리투아니아는 또 독일에서 철군할 5000명의 미군을 유치하기 위해 구애하고 있다. 미 성조지에 따르면,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이달 초 "우리 영토에 1000명 넘는 미군이 순환 근무 형태로 주둔 중"이라며 "우리 리투아니아는 더 많은 동맹군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훈련과 파병 등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투아니아는 또 미군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작전에도 자국군 40명을 파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LRT 방송에 따르면 이 계획은 국가 국방위원회 승인을 거쳐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란 전쟁에 소수의 병력을 보내면서까지 미군을 더 유치하겠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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