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 대이란 공세에 점차 관여 확대…사우디·UAE 강경 선회"

  • 사우디 참전 임박 관측…"인내 무한하지 않아"

  • UAE, 이란 자산 동결 가능성 시사…경제 압박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이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세에 점차 깊이 관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최근 미군이 자국 서부 킹파드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전쟁 초기만 해도 사우디는 자국 시설이나 영공이 이란 공격에 활용되는 것을 불허하며 거리를 두려 했지만, 이후 입장을 선회했다.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리야드와 주요 에너지 시설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자 위기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억지력 회복을 위해 군사 행동 참여를 검토 중이며, 참전 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외무장관도 "이란의 공격에 대한 사우디의 인내는 무한하지 않다"며 "걸프 국가들의 대응 능력이 없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UAE 역시 대이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두바이에 있는 이란 병원과 클럽을 폐쇄하는 등 관련 자산 단속을 강화하며 이란 정권의 자금줄 차단에 나섰다. UAE 정부는 해당 기관들이 이란 정권 및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돼 있으며 자국 법을 위반해 폐쇄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동안 UAE는 이란 기업과 개인의 주요 금융 거점 역할을 해왔지만, 전쟁 이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산 동결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러한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제재와 인플레이션으로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이란 경제에 추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걸프 국가들은 공식적으로는 대이란 공격 불참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보다 복잡하다고 WSJ은 지적했다. 바레인에서 이란을 향해 지상 발사 미사일이 발사된 정황이 포착됐고, 사우디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서는 미 공군 급유기 5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걸프 국가들이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이란의 도발 수위가 임계 수준에 이르렀다는 위기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이스라엘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타격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 라스라판 에너지 허브와 사우디 홍해 연안 에너지 시설, UAE 등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갔다. UAE는 지금까지 2000건이 넘는 공격을 방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우디와 UAE 지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전쟁을 마무리하기 전에 이란의 군사력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걸프 국가들은 전면 개입에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좁은 해역을 사이에 둔 이란과의 직접 충돌 부담이 큰 데다, 미국이 전쟁을 조기에 종료할 경우 이란의 위협을 홀로 감당해야 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걸프 국가들은 안보 파트너로서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걸프 국가들이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공격을 막기 위해 미국을 설득했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고도 이를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구조적인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워싱턴 중동연구소의 그레고리 가우스 연구원은 "걸프 국가들은 강대국과 동맹을 맺은 약소국들이 겪는 구조적 제약에 놓여 있다"며 "미국이 강경 노선을 취할수록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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