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휘두르는 대표적 ‘무기’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글로벌 에너지 수송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과 핵 개발 능력이다. 이 두 요소는 각각 경제와 안보를 직접 겨냥한다는 점에서 국제 질서를 뒤흔드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가진 가장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지렛대다. 중동 산유국들이 생산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상당량이 이 해협을 통해 전 세계로 수송된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이 좁은 해역을 통과하는 만큼,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거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그 여파는 곧바로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된다.
실제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략은 이미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란 전쟁 발발 후 이달 국제 유가는 연일 100달러 선을 넘나들며 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가하고 있다.
이란이 이 해협을 활용하는 방식은 전면 봉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군사훈련, 선박 나포, 무력 시위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긴장을 단계적으로 조절하며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는 ‘회색지대 전략’을 구사해왔다. 완전한 충돌 없이도 충분한 압박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이란의 두 번째 무기는 핵 개발 능력이다. 핵은 호르무즈 해협보다 훨씬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영향력을 지닌 카드다. 현재 이란은 우라늄 농축 수준을 약 60~70%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90%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란이 기술적으로 ‘핵 문턱 국가(nuclear threshold state)’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는 이란이 경우에 따라 수개월 내에도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란이 실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개발할 수 있는 능력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억지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란은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에 한정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안보 환경이 급변할 경우 핵이 언제든지 무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해 6월과 올해 이란을 단행한 공습에서 핵 및 탄도미사일 시설을 주요 타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은 이러한 위기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과 핵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공통적으로 국제사회를 압박하는 전략적 수단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전자가 단기적으로 글로벌 경제를 흔드는 ‘즉각적 충격’이라면, 후자는 장기적으로 안보 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될 경우 이란의 영향력은 단순한 지역 강국을 넘어 세계 질서의 변수로 확대된다.
더 나아가 이란은 이 두 카드를 상황에 따라 병행하거나 선택적으로 활용하며 협상력을 극대화해왔다. 긴장이 고조될 때는 해협을 통해 시장을 흔들고, 협상 국면에서는 핵 문제를 지렛대로 삼는 방식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는 국가가 비대칭 전략을 통해 강대국과 맞서는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결국 이란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겨냥한 복합적 압박 구조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핵이라는 두 축이 유지되는 한, 이란은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글로벌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나아가 국제사회가 이란 문제를 쉽사리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복합적 압박 구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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