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 분당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 29년 동안 보유해 온 집이다. 매각이 성사되면 대통령은 무주택자가 된다. 부동산 시장 안정 의지를 강조해 온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상징성은 분명하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일정한 평가를 받을 만하다.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단순한 경제 이슈가 아니다. 세대 간 자산 격차와 사회적 공정, 기회의 문제까지 얽혀 있는 민감한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 최고 지도자가 이해관계를 내려놓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정치가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이 커진 시대에 공직자의 솔선수범은 언제나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상징은 상징일 뿐, 그것이 정책의 본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은 정치적 메시지나 개인의 선택으로 움직이는 영역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 금리와 금융 환경, 인구 구조와 지역 경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시장이다. 대통령의 집 매각이 하나의 신호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집값 안정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상징적 행동이 공직 사회 전체에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공직자는 청렴해야 하지만, 모든 공직자가 무주택 상태여야 한다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직자의 도덕성을 재산 보유 여부로 판단하는 사회는 성숙한 국가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직자가 집을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투기나 이해충돌이 있었는지 여부다. 제도와 기준을 통해 이를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 개인의 재산 처분을 사실상의 정치적 기준으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수 있다.
결국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상징이 아니라 구조다.
집값 안정의 해법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돼 왔다. 첫째는 충분한 공급이다. 주택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 핵심 지역에서 안정적인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급이 불확실하면 시장은 언제든 불안해진다. 둘째는 정책의 일관성이다. 세제와 금융 규제가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바뀌면 시장은 예측 가능성을 잃고 투기적 움직임이 확대된다. 정책은 신호가 아니라 시스템이어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결국 수도권 집중 문제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일자리와 산업, 교육과 문화가 수도권에 과도하게 몰려 있는 구조 속에서 주택 수요 역시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기업과 산업이 지방으로 분산되고, 지역 경제가 자립적 성장 기반을 갖추지 않는 한 부동산 문제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정책은 수도권 밖에서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드는 일이다. 산업과 대학, 연구기관과 문화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때 주택 수요도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결국 국토 구조를 바꾸는 장기 전략이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집 매각은 정치적 메시지로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국민에게 절제와 책임의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정책은 상징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개인의 결단이 아니라 일관된 정책과 구조적 해법이다.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숙제다. 그래서 더더욱 감정이나 상징이 아니라 원칙과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도자의 결단은 출발점일 수 있지만, 시장을 안정시키는 힘은 결국 제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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