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모시모시] "술 마셨으면 SNS 금지"… 초선 66명의 첫 수업

선거에서 이기는 일은 짜릿하다. 하지만 정치를 오래 해본 사람들은 안다. 진짜 승부는 그다음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일본 집권 여당 자민당이 지난 중의원 선거에서 316석을 얻었다. 압승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당선자를 배출한 탓에 초선 의원이 66명에 이르렀다. 초선 숫자가 급격히 늘자 총선 직후 당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축하’가 아니라 ‘교육’이었다. 초선의 말실수가 정권의 부담으로 돌아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이끈 자민당이 압승했을 때도 80명이 넘는 초선이 한꺼번에 국회에 들어왔다. 기자가 “의원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묻자 한 초선 의원은 “료테이(고급 음식점)에 가보고 싶다”고 답했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또 다른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면 신칸센 특실을 마음껏 탈 수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농담처럼 들렸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특권을 누리겠다는 건지”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자민당 지지도는 급락했다.

2012년, 아베 정권 출범 때도 100명이 넘는 신인 의원이 등장했다. 당은 술자리 언행, 여성 문제, 비서 관리 등을 거듭 강조했지만 사건은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마의 2선’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초선 때의 긴장감이 풀리는 순간이 위험하다는 의미였다.

이번에 당선한 66명의 초선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정치적 자산이다. 이들이 재선·3선으로 성장하면 장기 집권의 토대가 된다. 그래서 당의 표정은 밝으면서도 조심스럽다.

연수 내용은 시대를 반영한다.

“발언은 한 번 더 생각하고 하라.”
“술 마셨으면 SNS를 열지 말라.”
“지방의원에게 거만하게 굴지 말라.”

요즘 정치 관련 사고는 대개 화면(영상)에서 시작된다. 밤늦게 올린 SNS 게시물 하나가 아침 신문 1면으로 이어진다. 예전처럼 파벌 선배가 곁에서 조언해 주는 구조도 약해졌다. 정치자금 문제 이후 파벌은 사실상 해체됐다. 당 본부가 직접 초선 교육에 나선 이유다. 몇 명씩 묶어 튜터를 붙이고 기본부터 다시 짚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세대 논쟁이다. SNS에 익숙한 젊은 초선보다 온라인 감각이 부족한 의원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언은 사라지지만 화면은 남는다. 정치의 기록 방식이 달라졌다.

압승의 밤은 짧았다. 이제 자민당은 초선 66명의 언행을 하나하나 살피며 시간을 보낸다. 초선은 늘 기대와 불안을 함께 안고 들어온다. 정권의 안정도, 균열도 그들 손에 달려 있다.
 
지난 8일 시행된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316석을 얻어 압승했다 사진자민당 홈페이지
지난 8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316석을 얻어 압승했다. [사진=자민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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