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모시모시] 일본 총선, 왜 '다카이치 인기투표'가 됐나

이번 일본 총선 유세를 유튜브로 지켜보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장면은 이것이었다. 

도대체 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렇게 인기가 있나.
 
그가 공약과 정책을 잘 설명한 것도 아니다. 짧았던 임기 동안 뚜렷한 성과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토론에서 상대를 압도했다는 평가도 아직은 없다. 그런데도 유세장은 콘서트장처럼 달아오른다. 젊은 층이 스마트폰을 들고 몰려든다. 총리를 아이돌처럼 대한다. 일본 언론은 아이돌 가수의 극성 팬덤을 가리키는 말을 빌려 총리 이름을 붙인 ‘사나카츠(サナ活)’라는 말을 사용한다.

 
사진일본 자민당 인스타드램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유세를 듣고 있는 유권자가 '사나'라고 적힌 카드를 들고 유세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일본 자민당 인스타드램]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를 이해하려면 일본 정치에 대한 일본인들의 피로부터 봐야 한다.

일본은 30년 가까이 ‘관리의 정치’를 펼쳐 왔다. 저성장, 고령화, 재정 문제를 두고 집권 세력은 늘 같은 말을 반복해왔다. 설명은 길고 복잡했지만 결론은 언제나 흐릿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뭔가 확 바뀐다는 느낌도 없었다. 일본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이번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이 틈을 정확히 파고든 인물이 다카이치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쉬지 않고 일하겠다.”
“일본을 강하게 만들겠다.”

짧고 또렷하다. 일본 정치에선 보기 드문 단정형 화법이다. 유권자들은 여기서 정책보다 먼저 확신을 감지한다. 내용보다 톤에 반응한다.
 
여기에 결정적 요소가 하나 더해진다. SNS의 확산이다. 젊은 일본 유권자에게 정치는 더 이상 신문과 TV로 소비되지 않는다. SNS를 통해 짧은 영상, 강한 어조, 명확한 표정으로 소비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말이 단순하고, 이미지가 분명하다. 웃는 장면, 단호한 발언이 유튜브 쇼츠로 빠르게 퍼진다. 정치인은 길게 설명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SNS에선 짧게 보여줘야 한다. 다카이치는 지금 ‘보이는 정치’를 하고 있다.
 
그래서 지지 이유를 물으면 답도 단순하다. “정책이 좋아서”가 아니라 “열심히 하는 게 보인다”가 압도적이다. “왠지 믿음이 간다”는 응답도 많다. 유권자들은 다카이치 총리에게 이성보다 정서로 반응한다.
 
여기서 일본 정치 특유의 메커니즘도 작동한다. 인물의 인기가 곧바로 정당 지지로 이동하는 구조다. “자민당은 별로지만 다카이치는 좋다”는 판단은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 결국 “그래도 자민당”으로 정리된다. 혼란을 싫어하는 일본식 선택이다. 야당이 분열돼 있을수록 이 이동은 더 빨라진다.
 
사진일본 자민당 인스타그램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유세하고 있는 모습. [사진=일본 자민당 인스타그램]

결국 이번 일본 총선은 정책 선거가 아니라 인기투표로 흐르고 있다. 재정은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 감세의 재원은 무엇인지, 방위력 강화의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같은 질문은 뒤로 밀렸다. 대신 “다카이치면 뭔가 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앞선다.
 
일본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정책에 대한 답안을 고르기보다 사람을 고르고 있다. 정책 검증보다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다. 지친 정치에 대한 반동이고, SNS 시대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래서 이번 일본 총선은 이렇게 보면 정확하다.
 
보수와 진보의 싸움도 아니고, 정책의 우열을 가리는 선거도 아니다. 정치인의 설명에 지친 유권자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얼굴 하나에 환호하는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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