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정치인의 언어는 더 거칠어지고, 상대를 향한 공격 수위는 더 높아진다.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지지층을 흥분시키는 발언이 늘어난다. 정책은 사라지고 감정만 남는다. 이번 6·3 지방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정치권이 늘 “중도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정치평론가들은 오래전부터 전국 단위 선거는 결국 중도 5%가 결정한다고 분석해왔다. 실제 선거 결과를 봐도 마지막 승부는 강성 지지층이 아니라 관망하던 중도층의 선택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선거 막판 정치권은 중도층 확장보다 지지층 결집에 더 집중한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여야 지도부 모두 연일 강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상대 진영을 향한 비난은 커졌지만 지역 발전 전략이나 민생 비전은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선거를 지휘해야 할 당 대표들이 오히려 접전 지역에서 부담 요인으로 거론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은 왜 이런 선택을 할까. 그 이유는 중도층은 움직이기 어렵지만 강성 지지층은 즉각 반응하기 때문이다. 강한 언어는 뉴스가 되고, SNS에서 확산된다. 당장 박수도 받을 수 있다. 반면 중도층을 설득하는 과정은 느리고 복잡하다. 정책을 설명해야 하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시간도 더 걸린다.
강성 지지층 중심 정치는 선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사회 전체에는 비용을 남긴다. 국민은 점점 둘로 갈라지고 상대 진영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공격의 대상으로 변한다. 정치의 목적이 문제 해결이 아니라 진영 결집으로 바뀌는 순간 국가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도 이제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 선거 때마다 자극적 발언과 정쟁이 뉴스의 중심이 되지만 결국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것은 그런 말들이 아니다. 누가 더 화려한 공격을 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도시를 성장시킬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냈는지가 아니라 누가 지역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정치는 원래 중간을 향해 가야 하는 일이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고 타협점을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은 점점 중간보다 양극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더 그렇다.
결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은 정치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유권자의 판단이다. 중도 5%가 선거를 결정한다는 말은 단순한 선거공학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방향은 결국 조용히 지켜보다 마지막에 투표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이 결정한다는 의미다. 정치는 흥분이 아니라 판단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좋은 민주주의는 가장 큰 목소리가 아니라 가장 현명한 선택이 만드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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