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이 신임 사장 공개모집 공고를 내며 인선 절차에 착수했다. 다음달 3일까지 공모를 받은 뒤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변수는 노동조합이다. 예탁원 노조는 '정치권 보은 인사는 절대 불가', '금융당국 출신 환영'이라는 입장이다. 사측의 공모 절차 개시에 맞춰 노조가 선제적으로 '적격 인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25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예탁결제원 사장 선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달 2일 임기 만료를 앞둔 이순호 사장의 후임 인선 절차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앞서 예탁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신임 사장 공모 공고를 냈다. 접수 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3월 3일 오후 6시까지다.
노조 측은 이번 인선에서 '금융 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걸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정부 부처 출신을 무조건 환영한다고 말하기는 노동조합 입장에서 조심스러우나 금융위원회 쪽 인사가 오는 것을 반드시 반대하지 않는다"며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이 오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금융위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정책을 추진할 인사가 (현 체제보다) 낫다는 판단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는 통상 공공기관 노조가 관료 출신 인사를 '모피아 낙하산'으로 규정하며 결사반대하던 과거 사례와 대조적이다. 노조가 이처럼 실용적 노선을 택한 배경에는 학자 출신인 현 이순호 사장 체제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이 위원장은 "현 사장은 경영을 안 해본 분이라 정부와의 정책 조율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꼬집으면서 최근 예금보험공사나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내려오는 상황을 경계했다.
현장에서는 혁신 부재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강동우 사무금융노조 예탁원지부장은 "디지털 전환이나 인공지능(AI) 도입 등 시대적 혁신 과제가 정책적 결단력 부족으로 사실상 멈춰 있었다"며 "예탁원 업무를 모르는 사람이 내려오면 이해하는 데만 1년이 걸리는 만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지원 등 한국 경제의 미래가 걸린 프로젝트를 연습 없이 수행할 실무형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강 지부장은 최근 발생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예로 들며 예탁원 수장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이 안전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예탁원이 독립적으로 자산을 분리 보관·결제하기 때문인데 이 정교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장이 온다면 금융사고의 예고편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9000조원 규모의 국민 자산을 관리하는 예탁원은 사장 인선에 따른 인사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통상 예탁원은 사장 임기 종료 두 달 전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를 진행하지만 지난해 12월 구성된 임추위는 그간 가동되지 못하다 최근에야 절차를 재개했다.
임추위 실무를 담당하는 예탁원 전략기획부 측은 "공모부터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주주총회 선임 및 금융위 승인까지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 캠프 출신인 이순호 사장 선임 당시에도 내정설을 비판하면서 약 2주간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투쟁은 예탁원만의 문제가 아니며 8만 금융 노동자를 대표해 무능한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후 (인사가) 단행되면 내부 투쟁은 물론 물리적 행사를 포함해 대외적으로 강력하게 나설 생각을 갖고 있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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