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가 주식시장 결제주기 단축(T+1) 도입을 위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현지 실사에 나서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 시차 문제와 증권업계의 인력 운용 고충 등을 현지 사례를 통해 점검할 방침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각 기관의 실무진들은 이번 실사의 최우선 과제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조달 문제를 꼽고 있다. 현재 국내 외환시장의 환전 컷오프(마감 시간)가 통상 오전 11시인 상황에서, 결제 주기가 하루 줄어들면 시차가 반대인 미국·유럽 투자자들은 자금 납입에 물리적 한계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탁원 청산결제부 관계자는 "결제 주기 단축의 핵심은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 문제"라며 "이번 실사를 통해 시티은행 등 글로벌 보관기관의 환전 이슈와 결제 승인 과정에 필요한 사항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이나 펀드 주식을 본인 계좌로 옮기는 '주식 기관 결제'는 장내 거래보다 프로세스가 훨씬 복잡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알아볼 것"이라며 "실사 후 필요한 사항을 확인해 금융위원회를 통해 정책적 요청을 드릴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는 결제 주기 단축에 따른 청산결제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과 자동화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미국 DTCC 산하의 NSCC(청산)와 DTC(예탁) 구조가 국내 거래소(CCP) 및 예탁원의 구조와 유사한 만큼, 이들의 선행 사례를 통해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거래소 장내청산결제부는 "이틀 동안 벌어지는 일을 하루로 축약하려면 반드시 줄여야 하는 업무가 있고, 자동화해야 하는 업무가 발생한다"며 "해외 기관들이 이를 어떻게 이행했는지, 결제 교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방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환전 컷오프 이슈와 관련해서도 "단순히 외환시장 시간을 조정하는 차원을 넘어 전체 시장에서 증권과 대금을 안정적으로 결제하는 프로세스를 조율하기 위해 해외 의견을 들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제도 도입에 따른 증권업계의 인프라 구축 비용과 인력 운용 부담 등 현실적인 고충을 수렴하는 데 주력한다.
금융투자협회 증권선물본부 측은 "미국은 이미 결제주기 단축을 시행했기 때문에 직접 실사를 통해 실제 금융회사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특히 준비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지 살피는 것이 관건"이라며 "무조건 빨리할 수 없는 측면이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외국인 투자자 대응을 위한 '야간 데스크' 운영 등 노무 이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들은 '밤새 일해야 한다'는 우려가 많다"며 "아시아권에서 우리만 도입했을 때 글로벌 회사들이 한국만을 위해 야간 데스크를 운영해 줄 수 있는지 등 애로사항을 확인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도 시행 시점과 관련해서는 시장 수용성을 고려한 '속도 조절론'도 제기된다. 영국 런던거래소가 2027년 10월 도입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를 전후로 타임라인을 잡고 있으나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10월을 목표로 가되 진행 과정에서 시간이 더 필요하거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편해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며 "거래연장 시점도 현실적 제약으로 점점 늘어졌던 만큼 결제주기 단축 역시 내년 10월보다는 조금 더 늘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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