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을 고민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무조건 빠를수록 좋다. 지식을 머리에 담는 '대답 잘하는 인간'의 가치는 사라졌다. AI라는 '디지털 뇌'를 신체 일부처럼 다루는 '질문하는 인간'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한국은 국민 전체의 AI 활용 역량(리터러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인공지능(AI)이 일상 깊숙이 자리 잡으며 인간과 AI의 역할이 역전되는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초기의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코딩 등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영역까지 대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 사회가 AI와 공존하는 삶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지능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조성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산업 AI센터장)는 AI가 인간의 지능과 결합한 '코-인텔리전스(Co-Intelligence)' 유닛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교육부터 채용, 산업 전략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교수와의 일문일답.
■ "AI는 인간 한계 보완할 완벽한 파트너"
-AI 연구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본래 전공은 인간공학이었다. 사람이 기계와 상호작용할 때 발생하는 실수와 한계를 연구했다. 기계를 아무리 완벽하게 설계해도 인간은 피로와 집중력 저하로 오류를 범하기 마련이다. 이때 AI가 인간의 한계를 보완해 줄 '완벽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어 이 길을 걷게 됐다."
-현재 가장 주목하는 AI 기술 트렌드를 꼽는다면.
"두 가지다. 첫째는 '에이전트(Agent)'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예약이나 업무 처리 등 실제 행동을 대행하는 단계로 진화 중이다. 둘째는 '피지컬 AI(Physical AI)'다. 화면 속에 머물던 AI가 로봇이나 자율주행차라는 '몸'을 입고 물리적 공간으로 나오고 있다."
■ "파운데이션 모델보다 '활용 역량'에 승부 걸어야"
-한국 AI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미국·중국과의 파운데이션 모델(원천 기술) 경쟁은 사실상 체급 차이가 크다. 하지만 '활용' 측면은 별개다. 우리가 스마트폰 원천 기술 없이도 활용 강국이 된 것처럼, 전 국민의 'AI 리터러시'를 키워 실용 AI 분야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기업들이 AI 도입 시 흔히 범하는 실수는 무엇인가.
"리더의 오해가 가장 치명적이다. AI를 단순히 인건비 절감이나 인력 감축 수단으로만 본다. AI는 인력 부족으로 챙기지 못했던 업무의 빈틈을 채우는 파트너여야 한다. 또한 부서 간 '데이터 칸막이'와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데이터 활용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점도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다."
■ "AI에 자리 뺏기는 게 아니라, AI 잘 쓰는 사람에게 뺏기는 것"
-AI로 인한 일자리 상실 공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AI 자체가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 자리를 뺏기는 것이다. 인간의 지능과 AI가 협업하는 시대다. 앞으로는 정규직보다 프로젝트 단위의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확산될 것이다. 개개인은 프리랜서로서의 매력을 갖춘 '계준생(계약준비생)'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교육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과거 교육의 목표가 '대답 잘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었다면, 이제 대답은 AI가 더 잘한다. 교육은 '질문하는 법'과 '사유하는 법'에 집중해야 한다. 시험장에서 AI 사용을 금지할 게 아니라, AI라는 도구를 활용해 더 높은 차원의 결과물을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내 옆의 AI가 모든 지식을 갖고 있는데 연도를 외우는 건 무의미하다. 굴착기가 있는데 삽질을 배우는 꼴이다. 수능 시험에도 AI 지참을 허용해야 한다."
-채용 시장에서의 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이제 직원은 '사람' 단독이 아니라 '사람+AI'라는 하나의 패키지로 봐야 한다. 이를 '코-인텔리전스 유닛'이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입사 시험에서도 AI 사용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 지원자가 평소 쓰는 AI를 가져오게 해서, 그 AI와 협력해 도출해내는 '총체적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실질적인 업무 능력 검증이다."
■ "다다익선 아닌 '조조익선(早早益善)'... 무조건 빨라야"
-초등학생 등 저연령층의 AI 사용에 대한 견해는.
"초등학생 때부터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반대한다. 기초적인 뇌 발달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언제부터 어떤 단계로 AI 비중을 높여갈지는 교육 및 AI 전문가들이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영역이다."
-한국 산업의 미래 전략, 어디에 집중해야 하나.
"고민할 것 없이 AI에 올인해야 한다. 많을수록 좋은 '다다익선'이 아니라, 빠를수록 좋은 '조조익선(早早益善)'의 자세가 필요하다. 다행히 한국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AI 공급망 핵심 기술과 탄탄한 제조 기반이 있다. 전 국민이 AI 리터러시를 갖춰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을 폭발시켜야 한다."
-AI의 중요성에 대해 딱 한마디만 한다면.
"AI는 혈액처럼 우리 산업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100년 전 조상들이 글을 배우고, 30년 전 우리가 컴퓨터를 배웠듯 이제는 AI를 배워야 한다. AI와 무관한 분야는 없다. 일단 무조건 빨리 배우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지 고민하라. 모두가 'AI 맹(盲) 탈출'에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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