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평가는 작전 이후 공개된 미측의 공식 발언으로 뒷받침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카라카스는 어둠에 잠겼다. 우리가 가진 특정한 기술로 인해 도시의 불이 꺼졌다”고 밝혔다. 전력 차단과 기술적 수단이 작전의 일부였음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이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 역시 “미 사이버사령부와 우주사령부, 각 전투사령부가 서로 다른 효과(effects)를 중첩(layering)해 미군이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수단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사이버·전자·우주 영역의 비가시적 작전이 물리적 군사 행동의 전제 조건으로 작동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발언들이 갖는 의미는 명확하다. 전쟁은 더 이상 미사일 발사나 폭격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전력망과 통신망, 지휘·통제 체계를 먼저 흔드는 ‘보이지 않는 공격’이 전투의 출발점이 되는 시대다. 상대의 눈과 귀를 마비시킨 뒤 최소한의 물리적 힘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사이버전의 위력은 파괴력에만 있지 않다. 비교적 낮은 비용과 짧은 시간 안에 국가 기능 전반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무력 충돌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경을 넘기 위해 탱크나 항공모함이 필요하지도 않다. 취약한 전력망과 통신 시스템, 허술한 보안 체계가 존재한다면 어느 국가든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향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IT 활용도를 갖춘 나라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사이버 공격에 노출된 표면적 또한 그만큼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력·통신·금융·교통·의료 등 핵심 인프라가 고도로 네트워크화된 사회일수록, 사이버전의 파급력은 재래식 무기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사이버 보안 취약성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사이버전 대비는 여전히 기술적 이슈나 일부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사이버 공격을 단순한 해킹 사고나 범죄 문제로 치부한다면, 국가 안보 차원의 대응은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 대통령과 합참의장이 공개 석상에서 사이버·비가시적 작전을 군사 작전의 핵심 요소로 언급한 현실과 비교하면,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 한 박자 늦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감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것도, 막연한 낙관도 아니다. 기본과 상식, 원칙에 충실한 대비다.
첫째, 사이버전은 군과 정보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안보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전력·통신·금융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상시 점검과 실전형 모의훈련, 민관 협력 체계가 제도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셋째, 사이버 공격 발생 시 책임 소재와 대응 권한을 둘러싼 혼선을 줄이기 위해 명확한 지휘 체계와 법·매뉴얼의 정합성을 점검해야 한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작전이 남긴 교훈은 단순하다. 전쟁은 이미 총성이 울리기 전에 시작된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점점 더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이 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외과수술식’ 공격의 대상은 언제든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
사이버전 대비는 선택이 아니다. 국가 기능과 일상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지금 점검하지 않으면, 대응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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