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본질은 특정 기업 하나에 있지 않다. 대형 플랫폼은 이미 결제, 정산, 포인트, 후불결제, 금융상품 연계까지 수행하며 사실상 생활 금융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수천만 명의 소비자 정보가 이 플랫폼을 거쳐 흐르지만, 법적 지위는 여전히 ‘금융기관이 아닌 사업자’에 머물러 있다. 영향력은 금융에 준하는데, 책임과 감독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다. 이는 시장의 상식에도, 소비자 보호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금융의 출발점은 언제나 신뢰다. 금융소비자가 자신의 정보와 권리가 보호받고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어떤 ‘생산적 금융’도 지속될 수 없다. 이 원장이 강조한 “금융소비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감독체계”는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플랫폼이 금융 기능을 수행한다면, 그 기능이 미치는 범위만큼은 최소한의 감독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단순한 기준부터 제도로 세워야 한다.
다만 감독 강화가 곧 규제 과잉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형식이 아니라 기능이다. 플랫폼이 수행하는 금융적 기능과 그에 따른 위험에 비례해 감독의 깊이를 조정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모든 혁신을 일률적으로 묶는 규제는 피해야 하지만, 영향력에 비해 책임이 비어 있는 상태 역시 방치할 수는 없다. 제도의 목적은 성장을 멈추게 하는 데 있지 않고, 신뢰 속에서 작동하게 하는 데 있다.
플랫폼 경제는 이미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됐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플랫폼을 규제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책임을 묻느냐의 문제다. 금융기관에 준한 감독이라는 이번 문제 제기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고,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소비자 보호라는 상식이 제도의 언어로 구현될 때, 혁신 역시 신뢰 위에서 지속될 수 있다.
본보는 다시 한 번 기본을 묻는다. 영향력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 신뢰는 사후 해명이 아니라 사전 기준에서 나온다는 상식. 플랫폼 시대의 감독 역시 이 기본 위에서 다시 설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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