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해외투자 점검에 증권가 '술렁'…환율 연관성 공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 당국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해외 주식투자 영업실태 점검에 돌입했다. 금융 당국은 과도한 마케팅이 없었는지 확인하고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외 주식투자를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낙인 찍는 게 아니냐는 반감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자의 자유로운 투자 선택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원칙적인 이야기와 함께 해외주식 투자를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박도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인 3일부터 이날까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대상으로 해외 주식투자 영업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해외 고위험 상품 거래 규모가 큰 10여 개 대형 증권사를 순차적으로 점검한 후 자산운용사까지 점검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네 가지 정책과제의 일환이다. 

이런 검사의 배경에는 최근 환율 급등의 한 원인으로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가 지목된 것에 있다. 지난달 26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리 환율 안정을 위한 방법으로 해외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 가능성을 시사한 데에 이어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환율의 방향성에 '서학개미'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실태 점검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환율 급등의 주범으로 개인투자자인 '서학개미'가 지목된 데에 이어 '증권사'에게 화살을 돌리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서학개미의 성장은 증권사가 유도한 것이 아니라 미국주식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흐름"이라며 "투자자들의 자유로운 투자 판단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가 재개된 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시류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시간으로 밤 사이 정규시장이 열리는 미국 주식을 국내 투자자가 낮 동안에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서학개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중개기관인 대체거래소의 시스템 불안정성 탓에 지난해 8월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가 올해 11월부터 재개됐다. 

환율 급등의 주 원인으로 해외주식 투자를 지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주식 투자 규모와 환율 추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1분기 1400원대 후반에서 6월 1350원대로 떨어졌고 이후 꾸준히 급등세를 탔다. 반면 미국주식 보관금액 규모는 올해 3월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 10월 사상 최대 규모인 1700억 달러까지 올랐다가 이후 소폭 감소했다. 

장 초반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통합증거금 시스템은 해외 주식 거래 규모 전부를 환전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차액만큼만 환전하기 때문에 오히려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투자자 수요도 이동하면서 해외 주식 투자로 새로 유입되는 투자자는 오히려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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