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서버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 "삭제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이 김건희 여사와 당시 경호처 차장의 텔레그램 대화를 제시하자 "청와대 압수수색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아무리 (대통령직을) 그만뒀다고 해도 '김건희'가 뭐냐, '여사'를 붙이든 해야지"라며 언성을 높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31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첫 공판 이후 약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은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차장은 '비화폰 서버 기록 삭제' 지시 여부를 두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명령을 받은 적 없다"며 "삭제가 아니라 '보안조치'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수사받는 사람들의 비화폰을 그대로 놔두면 되겠느냐'고 말했지만, 이는 접속을 제한하는 조치로 이해했다"며 "삭제 지시라는 표현이 나오자 '보안조치'로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권을 요청해 "비화폰 기록 삭제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화폰은 경호 목적상 일정 기간 기록을 보관한다. 이틀 만에 삭제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뀔 때 서버를 새로 세팅할 뿐, 통화내역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후 특검은 지난해 12월 김 여사와 김 차장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하며 압수수색에 대해 피고인이 우려했다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 여사가 "관저 압수수색은 당장은 안 되는 거죠"라고 묻자, 김 차장은 "법률에 따라 차단하고 있다. 압수수색은 없을 것"이라 답했고, 김 여사는 "감사드린다"고 응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청와대는 군사보호구역으로, 압수수색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26년간 검찰에 있으면서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아내가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본 것을 왜 문제 삼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경호처 차장은 2년 넘게 근무했고 점심을 함께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였다. 평소처럼 통화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이 "당시 영부인이던 김건희가 피고인에게 텔레그램으로 말한 내용이 있다"고 언급하자,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가 뭐냐, 뒤에 '여사'를 붙이든 해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정 분위기가 잠시 소란스러워지자 백대현 부장판사는 "그 정도로 하시라"고 제지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첫 공판 이후 두 차례 불출석했으며, 불출석으로 인한 불이익은 피고인에게 있다"고 경고했다. 또 "국가안보상 사안이 포함돼 있어 증인신문 전까지만 중계하고 이후는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 계엄 심의·의결권 침해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폐기 △비상계엄 이후 허위 공보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 5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검팀)이 지난 7월 추가 구속 기소한 사건으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다루는 형사합의25부 재판과 별도로 진행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내란 혐의 재판에 이어 이틀 연속 법정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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